![이진석 경제부 차장 사진](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4/17/2016041702056_0.jpg)
KB금융그룹은 무려 1년 4개월이나 비워뒀던 국민은행 감사실을 청소하는 중이다. 일찌감치 예약을 걸어놨던 낙하산 부대원에게서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낙하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청와대 출신이라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총선 이틀 전인 지난 11일 김기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감사에 내정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선거 캠프에 합류한 경력이 낙하산 자격증인 셈이다. 한국예탁결제원도 최근 서병수 부산시장의 선거 캠프 출신인 김영준씨에게 예탁결제본부장(상무) 자리를 내줬다.
이들처럼 금융권에서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대기 번호를 뽑고 기다리는 정치권 인사, 전직 관료 등 낙하산 부대원들의 마음이 바빠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서둘러 낙하산을 펴려고 하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길로 접어든 데다 총선 참패로 힘이 빠질 테니 낙하산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연말까지 대규모 낙하산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한 은행 임원은 이렇게 비유했다. "비행기가 추락할 조짐을 보이면 낙하산으로 탈출하려는 사람이 당연히 늘지 않겠어요?"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가 늘어나면 잡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공기업 임원은 "그나마 실세들 간의 교통정리조차 없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힘들다"는 말까지 할 정도다. 공석인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전무 자리 등을 놓고 낙하산끼리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새누리당 인사들까지 금융권을 기웃거릴 테니 금융회사들은 사외이사 자리라도 늘려야 할 판이다. 한 금융권 협회 관계자는 "여당이 참패했으니, 이제는 야당에서도 '한자리 부탁 좀 하자'는 얘기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낙하산을 방치하면 가뜩이나 세계 수준에 뒤져 있는 한국 금융이 더 뒷걸음질할 것이라고 금융권은 걱정한다. 그러면서 금융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기대를 거는 듯하다. 칸막이식 규제를 풀고,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 등 새로운 영역으로 통하는 길을 넓혀가는 일보다, 무더기 낙하산을 막는 일이 금융 개혁의 1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관료로서 임 위원장은 나무랄 데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수재인 데다, 겸손하고 성실하다. 요즘도 집무실 불이 밤늦도록 환하게 켜져 있는 날이 많다. 와이셔츠를 둥둥 걷어붙이고 보고서에 얼굴을 묻고 사무관처럼 일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낙하산 배치 요구를 거절할 뚝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임 위원장은 작년 말 금융 개혁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는 착한 개혁만 했지만, 내년부터는 거친 개혁도 하겠다"고 말했다. 거친 개혁이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100가지 난관을 돌파하고 100가지 규제를 풀어도 금융권 낙하산 인사를 방치하면 그 개혁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낙하산을 막기는커녕 낙하산을 받으라고 금융회사들의 팔을 비튼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금융 개혁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이들처럼 금융권에서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대기 번호를 뽑고 기다리는 정치권 인사, 전직 관료 등 낙하산 부대원들의 마음이 바빠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서둘러 낙하산을 펴려고 하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내리막길로 접어든 데다 총선 참패로 힘이 빠질 테니 낙하산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연말까지 대규모 낙하산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한 은행 임원은 이렇게 비유했다. "비행기가 추락할 조짐을 보이면 낙하산으로 탈출하려는 사람이 당연히 늘지 않겠어요?"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가 늘어나면 잡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공기업 임원은 "그나마 실세들 간의 교통정리조차 없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하기도 힘들다"는 말까지 할 정도다. 공석인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전무 자리 등을 놓고 낙하산끼리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새누리당 인사들까지 금융권을 기웃거릴 테니 금융회사들은 사외이사 자리라도 늘려야 할 판이다. 한 금융권 협회 관계자는 "여당이 참패했으니, 이제는 야당에서도 '한자리 부탁 좀 하자'는 얘기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낙하산을 방치하면 가뜩이나 세계 수준에 뒤져 있는 한국 금융이 더 뒷걸음질할 것이라고 금융권은 걱정한다. 그러면서 금융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기대를 거는 듯하다. 칸막이식 규제를 풀고,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 등 새로운 영역으로 통하는 길을 넓혀가는 일보다, 무더기 낙하산을 막는 일이 금융 개혁의 1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관료로서 임 위원장은 나무랄 데가 별로 없는 사람이다.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수재인 데다, 겸손하고 성실하다. 요즘도 집무실 불이 밤늦도록 환하게 켜져 있는 날이 많다. 와이셔츠를 둥둥 걷어붙이고 보고서에 얼굴을 묻고 사무관처럼 일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낙하산 배치 요구를 거절할 뚝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임 위원장은 작년 말 금융 개혁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는 착한 개혁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