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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홍색 귀족(Red nobility)

최만섭 2016. 4. 10. 10:39

[만물상] 홍색 귀족

2012년 보시라이 충칭(重慶)시 서기 스캔들이 중국을 발칵 뒤집었다. 그는 중국 8대 원로에 드는 보이보 전 부총리 아들이다. 아내 구카이라이는 항일전쟁 영웅 구징성 장군의 딸이다. 남편은 최고 지도부 진입이 약속된 엘리트였고 아내는 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내가 내연남인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하고 보시라이가 은폐 지시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락했다. 보시라이는 10억달러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내연남은 프랑스에 있는 구카이라이의 700만유로, 90억원짜리 별장을 관리했다. 별장을 사고 관리해준 회사가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돼 있는 회사라는 게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드러났다. 이 문건엔 각국 전·현직 정상 12명을 비롯해 21만여 고객의 해외 재산 도피, 탈세 정황을 담은 자료가 있다. 중국이 가장 많아 무려 2만명에 이른다.

[만물상] 홍색 귀족
뉴욕타임스가 그제 '파나마 페이퍼스'를 인용해 중국 전·현직 상무위원들이 자녀나 손자손녀를 동원해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매형부터 버진아일랜드에 회사 셋을 소유하고 있다. 당 서열 5위 류윈산 상무위원은 며느리가 유령회사 이사이자 주주였다. 서열 7위 장가오리 상무위원의 사위도 유령회사 셋을 갖고 있다. 외신들은 '홍색 귀족(Red nobility)'이 권력을 등에 업고 재산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했다. 공산당을 의미하는 홍색에 특권층을 뜻하는 귀족을 합친 말이다.

중국 권력층의 해외 재산 도피 논란엔 늘 천문학적인 액수가 등장한다. 뉴욕타임스는 몇 년 전 낡은 운동화와 점퍼로 '서민 총리' 행보를 했던 원자바오 전 총리 일가 재산이 27억달러, 3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주석 일가의 재산도 4000억원쯤이라고 했다. 덩샤오핑부터 왕전까지 마오쩌둥을 도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8대 원로의 자손들은 막강한 중국 국영기업들을 맡고 있다고 한다.

덩샤오핑은 고위층 자식들에게 "권력과 돈 가운데 하나만 택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둘 다 거 머쥔 채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뤄관(裸官)'이라는 말이 있다. 기러기 아빠 비슷한 호칭으로 가족뿐 아니라 재산을 해외에 둔 관리를 가리킨다. 여차하면 중국을 떠나려는 사람들이다. 파나마 문건의 길고 긴 중국인 명단엔 힘과 부(富)를 누리면서도 불안해하는 중국 엘리트들의 심리가 배 있다. 그간 시진핑이 밀어붙인 반부패 운동은 어찌된 것인지 모르겠다.


-[ luǒguān ]-
  1. 1.[명사] 나체 관리. 발가벗은 관리. 나관.[배우자・자녀 등 친속 그리고 재산의 대부분을 국외에 두고 국내에 단신으로 남아 있는 국가 간부를 가리킴]
  2. 2.[명사] 투명한 간부.[자신의 신상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하여 대중과의 의사 소통을 원활히 하는 간부를 가리킴]

-발가벗다-벌거벗을
-국가에 속하는 것., 관료, 공공의 것-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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