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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그동안 친문(親文·친문재인) 패권 세력은 우리 호남에서 표만 가져가고 대우해 주지 않았다"며 "더민주 후보를 찍으면 앞으로 호남이 패권당의 하청업자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고 호남 홀대론을 폈다. 그는 "이제 호남의 이익이 지켜지는 호남 주도의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선거 때마다 듣던 소리들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정당 혁신'과 '새 정치'를 하겠다던 두 야당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한국 정치가 홀대론, 소외론, 핫바지론으로 표를 구걸하던 수준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안보를 포기한 야당을 찍으면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서 김정은이 핵폭탄을 더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이런 나쁜 정당은 우리나라에 존재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지만, 공단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고 딜레마인 것이며 결단이 필요했다. 반대한다고 무작정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테러방지법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나쁜 짓, 바보 짓을 수없이 해 온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걱정한다고 해서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아무리 선거판이라고 해도 다수당은 가볍고 단선적인 언행이 아니라 무겁고 신중한 태도로 유권자와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온라인 포스터에 군복을 입고 소총을 든 사진을 올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인 대표의 저격수가 될 것이라고 한 것도 도를 넘었다. 얼마든지 온건한 방법으로 자기 뜻을 표현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굳이 이런 자극적이고 거친 방식을 택한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심성(心性)과 우리 정치의 삭막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여야가 이번 선거에서도 구태를 되풀이할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단번에 뿌리 뽑기에는 우리 정치에 든 병이 너무 깊다. 그러나 이제 민주화 30년인데 무언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기미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