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태평로] 大入 정시 확대 공약이 반가운 이유

최만섭 2016. 3. 23. 21:49

[태평로] 大入 정시 확대 공약이 반가운 이유


    입력 : 2016.03.22 03:00

    김민철 논설위원 사진
    김민철 논설위원
    국민의당이 최근 흥미로운 총선 공약 하나를 내놓았다. 대학의 수시 모집 비율을 현행 70% 수준에서 20%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교육 공약을 발표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수시 확대는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키고 과도한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같이 공약했다. 수시·정시 모집 비율에 무슨 문제가 있기에 정당이 이런 공약을 하는 것일까.

    최근 대입에서 수시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대교협의 올해 대입 전형 계획을 보면 전체 모집 인원의 69.9%가 수시이고, 정시는 30.1%에 불과하다. 2002학년도 수시와 정시 비율이 각각 29%와 71%였는데, 수시가 계속 늘어나면서 15년 만에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정시는 허울만 남을 것 같다.

    정시 축소는 명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대 정시 비율은 지난해 24.4%에서 올해 23.3%로 줄었다. 주요 대학들이 정시 비율을 줄이는 것은 수시에서 우수 학생들을 미리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상위권 대학들이 수시 비율을 높이니 다른 대학들도 도미노로 따라가고 있다. 대학들이 쉬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등으로 수능 점수로는 변별력을 얻기 어렵다고 보고 수시 비중을 늘리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수시 확대가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 수시는 내신 성적과 비교과 영역 등 학생부 중심으로, 정시는 수능 성적 중심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수시 중에서도 동아리 활동, R&E(소논문 대회), 독서 기록 등 비교과 영역을 중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늘고 있다.

    이런 전형에 대비하려면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 희망 학과를 정한 다음 미리 준비할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입시기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필자는 솔직히 이 나이에도 내 적성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고교생 딸 소질이 문과에 맞는지, 이과에 맞는지도 헷갈렸다. 10대 아이들에게 적성에 맞게 동아리 활동을 하고 교내 수상 실적까지 쌓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여기에다 소논문 쓰기 등 수시 요소들은 부모가 관심을 갖고 도와줄수록 좋은 결과를 받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분야에서 특출한 학생 아니면 부모가 관리해준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수시 전형은 내신 위주가 아닐 경우 기준도 모호해 "왜 합격했는지 모르고 왜 떨어졌는지 모른다"는 말까지 있다.

    반면 정시는 수능 위주로 뽑기 때문에 심플한 편이고, 학생들 실력을 정확히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또 정시는 수시에서 실패한 학생, 재수생들에게 패자부활전 성격이 있다. 이 문을 지나치게 좁히는 것은 공정하지 않은 일이다. 교육 당국은 정시 비중이 커지면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사교육이야 정시든 수시든 비슷하게 영향을 받는 것 아닌가.

    교육 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과 얽혀 있어서 해답 이 없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조심스럽다. 정시 비율을 늘리면 자사고와 특목고 인기가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정시를 계속 축소해 모집 시늉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수시를 20%로 제한하지는 않더라도 최소 절반 정도는 정시로 선발하게 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수시에서 자율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