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양상훈 칼럼] 사드 문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만섭 2016. 2. 25. 10:43

[양상훈 칼럼] 사드 문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입력 : 2016.02.25 03:20

핵 강대국 간 MD 갈등은 국제 정치 구조 문제
2001년 無知로 당한 낭패 되풀이되는 건 막아야
우리 갈 길 가되 中 반대도 이해해야

양상훈 논설주간
양상훈 논설주간
한국이 두 번째로 핵 강대국 간 ABM(탄도탄요격미사일) 소용돌이에 들어서게 됐다. 첫 번째는 정확히 15년 전인 2001년 2월 김대중·푸틴 간의 서울 정상회담 때 불거졌다. 당시 한·러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ABM 제한 협정의 보존과 강화'에 합의해 말 그대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일을 저지른 장본인인 한국만 놀라지 않았다. 놀라지 않은 것은 'ABM 제한 협정'이 국제정치에서 어떤 맥락과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무지(無知)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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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엠(ABM ; anti-ballistic miss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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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對)탄도 미사일 요격미사일. 지상에 설치한 레이더와 컴퓨터 및 핵탄두를 장착한 요격미사일을 조직화하여 날아오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레이더로 탐지하고 그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하여 즉시 요격미사일에 전달하여 파괴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1969년에 대기권 밖의 원거리용 요격미사일인 스파르탄과, 단거리용 요격미사일 스프린트를 주축으로 하는 ABM을 완성시켰다.


그러나 72년 5월에 체결된 제1차 미소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I)의 ABM조약으로 양국의 ABM배치는 수도(首都)와 ICBM 기지 한 곳의 2개소로 제한되고 74년 7월의 ABM 의정서에서는 그것이 다시 1개소로 제한되었을 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그 동안에 개발된 탄도 미사일의 복수탄두화(複數彈頭化 ; MIRV 등)에 의해 ABM의 실효성이 감소되어 미국에서는 75년 10월의 의회결정에 따라 그 운용이 중지되었고 소련에서도 모스크바 주위에 배치했던 64기 외에 새로 배치한 것이 없다.


이에 따라 ABM에 대신하는 체계로서 BMD(ballistic missile defence)라는 이름의 새로운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며 그 하나는 우주공간에 설치한 적외선망원경으로 된 추적장치와, 적외선이나 레이저센서가 부착된 요격장치를 결합한 것으로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요격에 핵탄두가 필요치 않게 될 전망이다.

사이언스올



국제사회는 한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동맹국 미국의 최대 국가 전략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에 경악했고, 한국 정부가 이토록 국제 정치 현실을 모른다는 사실에 놀랐다. 세계가 다 놀라고 난 다음에 놀란 한국은 외교장관을 급히 경질해 파문을 수습했다. 국제정치의 희생자이면서도 그에 무지한 나라, 만날 이불 뒤집어쓰고 저들끼리 물고 뜯고 만세 부르는 우물 안 개구리 나라의 블랙 코미디였다.

미·소는 1972년 ABM 제한 협정에 서명했다. 그때까지 두 초강대국은 상호확증파괴(MAD)라는 핵전략으로 핵 균형을 유지해왔다. 상호확증파괴는 한쪽이 먼저 핵 공격을 해도 다른 쪽이 반격해 양쪽 다 완전히 파괴·절멸시킬 수 있다는 '능력 증명'이다. 이 공포의 균형은 냉전시대 평화의 최후 보루였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에 탄도탄을 막는 요격미사일(ABM)이 개발돼 상호확증파괴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미·소 양국 모두 이 사태를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고 그래서 합의한 것이 '미사일 방어를 하지 않는다'는 ABM 제한 협정이다.

하지만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시대 들어 전략을 전환, 국가 미사일 방어(NMD)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핵 대결 완패 위기에 몰린 소련은 국가 자원을 미국 NMD 대응에 투입하다 체제 붕괴를 재촉했다. 강대국 간의 핵전략에서 미사일 방어는 말은 '방어'이지만 그 내용은 균형을 무너뜨리는 공세이고 잘못 대처하면 초강대국이 흔들리게 된다. 자신감을 얻은 미국은 아예 ABM 제한 협정을 파기하려 했고 러시아는 그걸 막으려 했다. 그 줄다리기 와중에 난데없이 한국이 미사일 방어를 반대하는 러시아 편을 든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우리는 핵 강대국들 간의 소용돌이에 두 번째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 우리가 원한 것은 아니나 불가피하게 또 엮이게 된 것이다. 한국에 미국의 MD 체계가 들어오면 그러지 않아도 핵 능력이 열세인 중국은 과거 소련이 미국의 MD로부터 받았던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핵 빼고는 큰소리칠 게 없어져가는 러시아는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 문제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제정치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북핵이 폐기되면 사드도 필요 없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다' '사드는 방어용이다' '레이더 기능을 조절해 중국에까지 미치지 않는다' '중국 레이더는 한국을 들여다보는데 왜 우리는 보면 안 되나'고 한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중국이 쿠바에 이어 캐나다 밴쿠버에까지 레이더를 세우면 미국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다. 서로 쳐다보는 쪽이 다르기 때문에 설득이 되지 않는다.

중·러 두 나라 입장에서 자기들 코앞까지 온 사드는 일회성으로 지나갈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두 나라의 국가 전략에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그 영향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여는 열쇠를 갖고 있는 나라다. 중국도 한반도의 미래가 북한 아닌 한국이란 걸 안다. 우리 외교 당국자가 "한국이 당면했던 현안 중에 가장 복잡한 고난도의 문제"라고 토로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단선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는 이런 문제를 풀 수 없다.

우리도 중국을 북한 쪽으로 밀어버릴 수 없고 중국도 한국을 영원히 미·일 동맹에 묶어버리고 싶지 않다. 중국에 대한 환상도 안 되지만 부정적 고정관념도 안 된다. 우리도 어쩔 수 없어서 사드를 들여오지만 중국·러시아도 어쩔 수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중국도 북핵으로 피해를 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면 사달이 난다. 국제 정치 현실이다. 한·중은 서로의 사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핵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 데 책임이 있는 중국은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우리도 그래야 한다. 사드 배치라는 내용은 같아도 과정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최근 미·중이란 장신(長身)들이 사드 문제를 놓고 우리 머리 위에서 농구공을 돌리는 조짐도 보인다. 사드는 강대국 간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에 당 연히 그럴 수 있다. 미·중이 뭔가 주고받고 사드 한국 배치를 없던 일로 할 수도 있고, 사드 배치 후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 우리 갈 길을 가되 안보에 미칠 전체의 득실을 가늠하면서 중장기적 안목으로도 상황을 살펴야 한다. 비록 단신(短身)이라도 생각만은 장신들 위에 있어야 하며 그러려면 냉정, 냉정, 또 냉정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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