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의학이야기] 밝은색, 긴소매 옷 입으면 모기가 싫어해요

최만섭 2016. 2. 24. 10:52

[의학이야기] 밝은색, 긴소매 옷 입으면 모기가 싫어해요

입력 : 2016.02.24 03:08 

[지카 바이러스 예방법]

지카 바이러스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
추운 날씨·도시에선 번식 힘들지만 여름엔 우리나라 임신부들도 조심

모기 서식하기 좋은 고인 물 없애고 방충망·모기장·기피제 사용해 예방

최근 지카(Zika) 바이러스가 남미를 중심으로 대유행하고 있어요. 지난 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긴급 위원회를 개최하여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대해 국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지요. 지금까지 WHO가 국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경우는 신종플루(2009), 소아마비 확산(2014), 에볼라 대유행(2015) 그리고 이번 지카 바이러스 감염 대유행(2016)이에요. 우리나라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도 함께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지카 바이러스 주된 매개체는 모기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지카 숲의 붉은털원숭이에게서 최초로 확인되었어요. 발견 장소인 지카 숲의 이름을 따서 지카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원래 아프리카·아시아 여기저기에서 소규모로 감염이 발생하곤 했는데, 2007년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야프 섬에서 섬 주민의 약 75%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2013년엔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요. 최근에는 남미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대유행 중이지요.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지카 바이러스 예방법
지카 바이러스를 여기저기로 옮기는 주범은 무엇일까요? 체액이나 혈액을 통해서도 옮지만 주된 매개체는 모기랍니다. 특히 주된 매개체가 되는 종류는 '이집트 숲모기'인데, 그 외 '흰줄숲모기'도 매개 모기로 알려져 있지요. 매개 모기에 물린 사람 네 명 중 한 명에게서 2~7일 후 가벼운 발열, 피부 발진, 결막염 및 근육통 등이 증상으로 나타나요. 다행히 건강한 사람은 가볍게 병을 앓고 다시 건강해진다고 해요.

그러나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뇌 발달에 장애가 일어나 신생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최근에 나온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소두증이 생긴 것으로 판단되는 태아를 낙태 후 부검했을 때, 다른 기관 조직보다 뇌 조직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많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WHO는 지카 바이러스와 신생아 소두증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까지 6~9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해요. 즉 소두증과 지카 바이러스가 연관된다고 확정하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사태를 주시해야 해요.

또한 과거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의 지카 바이러스 집단 감염 때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마비가 되는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이 증가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WHO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길랭-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어요.

모기는 체온 조절 못 해 겨울엔 다소 안심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
▲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 /미국질병통제센터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한 것에 대해서 WHO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답니다. 첫째로 지카 바이러스가 최근 남미에 유입됐기 때문에 남미 사람들의 면역력이 없었고, 둘째로 열대 지역은 이집트 숲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가졌다는 거예요.

지카 바이러스 같은 감염병을 매개하는 숲모기는 사람과 달리 자체적인 온도 조절 기능이 없어요. 그래서 매개 모기의 번식은 기후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지카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 모기인 이집트 숲모기에게 필요한 온도는 영상 14~36도로, 이 범위 밖 온도에서는 모기알이 부화해 장구벌레 단계를 거쳐 성체인 모기로 자라기 힘들어요.

다행스럽게도 한국에서는 이집트 숲모기가 아직까진 발견되지 않았어요. 지카 바이러스의 또 다른 매개 모기인 흰줄 숲모기의 경우,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봄·여름·가을에 채집돼요. 하지만 지금처럼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아직까지 발견된 적 없답니다. 제주도에서 흰줄숲모기의 분포를 연구한 결과, 4월부터 개체 수가 늘기 시작해 7월 최대치를 찍고 감소하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11월까지만 발견되었답니다. 장소별로는 외부 유입이 가능한 제주국제공항, 제주항에서 제일 많이 채집됐어요. 그다음으로는 주로 숲에 많았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었답니다.


모기에게 체온 조절 능력이 없는 것과 우리나라 날씨가 남미보다 상대적으로 추운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죠?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에서 감염된 환자가 유입될 수 있으니, 우리나라가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지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선 모기를 최우선적으로 조심하세요. 숲모기는 빗물이 고인 폐타이어·버려진 플라스틱 용기나 물웅덩이를 좋아해요. 집 주변에 물이 고인 곳이 있다면 꼭 없애세요. 또한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을 여행하게 된다면, 곤충 기피제를 수시로 뿌리고 밝은색의 긴팔·긴바지를 입어 모기에 물릴 노출 부위를 줄이세요. 잠을 잘 때는 모기장을 설치하세요. 특히 임신부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으로 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 좋아요. 여행이 불가피한 경우 출발 전과 귀국 후 의심 증상 발생 시 의사 선생님과 꼭 상담하도록 하세요.

공항이나 항구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매달 감시하고, 확실히 방제할 필요도 있어요. 기후 변화로 온도가 올라가면 병을 옮기는 숲모기가 유입된 후, 정착할지도 몰라요.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치쿤군야와 같은 숲모기 매개 감염병이 우리나라에서 토착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해요.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이근화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