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G'의 시대가 열렸다
성호철 기자-입력 : 2016.02.19 03:06
15억9000만명 이용 페이스북·美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7480만명이 돈 내고 보는 넷플릭스·시총 5522억달러 구글… 이들이 세계 IT 흐름 주도
세계 IT(정보기술) 시장에서 'TGiF(트위터·구글·애플 아이폰·페이스북)' 시대가 저물고 'FANG' 시대가 열렸다.FANG은 페이스북(Facebook)·아마존(Amazon)·넷플릭스(Netflix)·구글(Google)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다. 침체를 겪는 미국 증권가에서 유독 강세를 보이는 네 기술 기업을 지칭한 'FANG 거래(trade)'에서 나온 표현이다. FANG은 영어 원뜻(송곳니)과는 무관하게 붙었으나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예컨대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작년 한 해 동안 주가가 134% 올랐다. 아마존은 117%,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44% 올랐다. 페이스북도 34% 뛰었다. 미국 다우지수가 2.2%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런 FANG 기업의 도드라진 약진은 주식 투자자들을 환호하게 했다.
FANG-Facebook, Amazon, Netfix, Google. TGiF-Twitter, Google, AppleIPhone,Facebook
FANG의 등장은 애플·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HW) 제조 시대가 가고, '플랫폼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플랫폼이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처럼, 온라인에서 상품과 콘텐츠를 사고팔거나 마케팅을 하는 일종의 장터를 뜻한다. 이달 초 시가총액 5522억달러(약 677조5500억원)를 기록하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고 기업 타이틀을 차지한 구글이 대표적 플랫폼 기업이다. 구글은 인터넷·모바일·동영상·이메일 등 네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검색 업체이며, 전 세계 스마트폰 10대 가운데 8대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OS)로 쓴다. 무료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와 이메일 서비스 'G 메일'은 월평균 10억명 이상이 사용한다. 구글은 이런 검색·모바일·이메일·동영상 등에 광고를 붙여서 매출을 올린다.
세계인 15억9000만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7480만명이 돈을 내고 온라인으로 영화·드라마를 보는 넷플릭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도 모두 플랫폼 사업자다. 전 세계 이용자 수억 명이 몰리는 승강장(플랫폼)을 만들어놓고, 여기서 고객을 태우려는 열차(기업)에서 플랫폼 사용료를 받는 게 이들의 주된 수익 모델이다.
FANG의 최대 강점은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파는 전통적 제조업은 꿈도 꾸지 못할 높은 수익률이다. 플랫폼 하나만 잘 세워놓으면 추가적인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용료를 거둬들일 수 있다. 예컨대 구글은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에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매출이 310억달러(약 38조37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이 무려 220억달러(약 26조9900억원)다. 제조업체로서는 매출의 약 70%를 이익으로 남기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철도·전기·전화에 이은 21세기식(式) 독점 모델
페이스북은 최근 자사 사이트에 동영상 광고를 싣는 광고주들에게 '광고에서 나오는 소리를 끄겠다'고 통보했다. 페이스북의 분석 결과, 상당수 이용자가 지하철 등 외부에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데, 동영상 광고에서 음성이 나오면 그 부분을 보지 않고 바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은 "현재는 음성이 없으면 광고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달라진 환경에 따라 광고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광고주에게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게 바로 '독점'에 들어간 페이스북의 힘이다. 미국 인터넷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페이스북에 대한 이용자의 거부감을 줄이려는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구글·페이스북과 달리,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아직 독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플랫폼이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 영화사나 HBO 같은 드라마 제작사에서 콘텐츠 판권을 구매해서 온라인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TV·PC·태블릿PC·스마트폰 등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기기에서 영화 9000여 편, TV프로그램 2000여 편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수천만 명이 매월 7.99달러(약 9800원)~11.99달러(약 1만4700원)를 내고서라도 이 승강장에 들어오는 이유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아직 북미 등 일부 지역에 몰려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6일(현지 시각) "130여 국가에서 동시에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제야 세계시장에 첫발을 뗀 셈이다.
글로벌 서비스가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콘텐츠 판권을 지역별로 나눠서 파는 것이다. 할리우드로선 넷플릭스가 전 세계 영화·드라마의 독점력을 갖는 게 껄끄러워서 전 세계 판매권을 쉽게 넘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힘이 더 커지면 제작사들도 더 버티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이베이와 같은 온라인 경쟁자가 건재해 온전한 독점 체제를 못 갖췄다. 여전히 오프라인 대형 매장도 버티고 있다. 아마존은 작년에 매출 1070억달러(약 131조2900억원)를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2억달러(약 2조3300억원)에 그쳤다. 아마존이 FANG 4인방에 낀 건, 인터넷 쇼핑몰의 강자 자격보다는 '아마존 웹서비스'라는 클라우드 서비스 역할이 컸다. 이 회사 전체 영업이익 중 19억달러(약 2조3250억원)가 '아마존 웹서비스'에서 나왔다.
아마존웹 서비스는 기업들에 온라인 서버(인터넷 서비스용 컴퓨터)를 임대해주는 클라우트 컴퓨팅의 일종이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 31%로 단연 1위다.
- ▲ (시계방향으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올해 FANG 기업의 행보는 세계 IT 흐름을 읽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무인차), 우주 개발, 건강관리 등 문샷(달 탐사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진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구글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작년에만 이 프로젝트에 36억달러(약 4조4050억원)를 썼다.
FANG 기업들 사이에 직접 충돌도 벌어질 전망이다. 구글은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유료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레드'를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와 정확히 사업 영역이 겹친다. 넷플릭스는 구글에 맞서 올해 콘텐츠 제작에 50억달러(약 6조1190억원)를 쏟아붓는다. 10편짜리 대작 TV 드라마 '마르코폴로' 시리즈에 총제작비 1000억원을 쓰는 등 스케일이 다르다.
페이스북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세계 최대 메신저 서비스 와츠앱을 '제2의 페이스북'으로 반석에 올려놓는 일이다. 페이스북은 올 1월 와츠앱 이용료(월 0.99달러)를 전면 무료로 전환했다. 9억명 수준에서 잠시 정체됐던 월간 이용자 수(MAU)가 이 조치로 단번에 10억명을 돌파했다.
2년 전 페이스북이 190억달러를 들여 와츠앱을 인수할 때만 해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와츠앱, 중국 텐센트의 위챗, 우리나라 네이버의 라인 등 3파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와츠앱은 이후 2년 만에 이용자 수를 3배 정도 늘렸다. 이제는 한국, 중국, 일본과 동남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를 와츠앱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FANG 기업이 화제가 될수록 이들이 과대평가됐다는 거품론도 일고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 JP모건의 마르코 코라노빅 파생상품 부문 대표는 "실제 성과보다 훨씬 고평가된 FANG 기업의 주식이 머지않아 폭락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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