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의 생로병사] 물려받은 조상 유전자대로 살아야 건강 지킨다
입력 : 2016.02.02 06:06 | 수정 : 2016.02.02 06:08
처음 직립보행을 한 인류 시조쯤 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약 200만년 전에 등장했다. 생각 좀 하며 살아서 사람 본류로 평가받는 호모 사피엔스는 20만년쯤 된다. 인류가 살아온 긴 기간을 따지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찰나다.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1만 세대(世代) 정도를 거쳐왔다. 돌도끼를 쓴 신석기시대도 까마득한 1만년 전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 태어난 몸과 유전자를 지녔다.
인류학자와 생태의학자들은 인간이 수십만, 수백만년 동안 원시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생존 유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아(饑餓) 유전자'다. 농경사회 이전의 수렵 생활은 배고픔과의 싸움이었다. 먹이 사냥에 실패한 날은 모두가 굶어야 했다. 언제 먹을 것이 생긴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는 아무거나 잘 먹고, 조금만 먹어도 잘 움직이는 연비(燃比) 좋은 사람이 생존에 유리했다. 기아에 대비해 영양분을 몸에 잘 저축해놓은 족속이 살아남았다. 그것도 지방을 효율적으로 축적하는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살아남았다. 그들이 우리 조상이다. 그 몸을 우리가 받았다. 그러니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찐다. '기아 유전자'를 지니고 먹을 게 널린 세상을 만났으니 오죽하겠나. 뱃살이 풍성해지고, 당뇨병은 넘친다. 인류를 지켜낸 '저축 유전자'가 이제 인류를 위협하는 형국이다.
인류 시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생존 위해 영양분 축적 유전자
물려받은 현대인 당뇨병에 고생
혈액 응고 유전자는 뇌경색 불러
지금은 소금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최근 100여년을 빼고는 소금이 황금이었다. 소금 확보 때문에 전쟁도 벌였다. 수십만, 수백만년 동안 소금 귀한 환경 속에서 인간은 체내로 들어온 소금을 어떻게든 오래 보존하도록 신체를 진화시켰다. 그 결과 소변으로 나가려는 나트륨을 콩팥에서 걸러서 몸에 남기는 유전자가 발달했다. 소금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유전자는 매우 적다. 저염(低鹽)식에 맞도록 프로그램화된 것이다. 석기시대 유골 분석에 따르면 당시 소금 섭취량은 현대인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요즘 소금이 흔해지면서 나트륨 과잉 섭취가 일어났다. 그 소금이 혈액에 그대로 남아 삼투압으로 물을 당겨 고혈압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질병 없이 오래 건강하려면
조상 유전자가 시키는대로 살아야
소화기 관련 유전자도 현대와 엇박자를 이룬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기껏해야 말을 타는 것이 먼 거리를 왕래하는 수단인 상황에서 우리 조상은 수만년 동안 자기가 사는 한정된 지역에서 음식 재료를 구해 먹었다. 아마도 그 범위가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했지 싶다. 한 끼 식단에 알래스카 연어와 스페인 돼지 소시지가 같이 올라올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나. 그러다 보니 소화 유전자도 삶의 터전에 적응했다. 채집 민족은 녹말 분해 효소가 수렵 민족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다. 조상 대대로 농경사회를 산 한국인은 곡식을 소화시키는 효소 아밀라아제 관련 유전자가 5~6개로 생선이 주식인 에스키모보다 3~4배 많다. 한국인은 채식 신토불이 몸인데, 고기 섭취가 늘어나니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 등이 늘 수밖에 없다. 특히 고기 섭취율과 발생률이 정비례하는 대장암은 증가 속도가 전 세계 1위다.
지금 3명 중 한 명이 암(癌)에 걸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뇌졸중과 심근경색증이 왜 사망 원인 2~3위를 차지하겠는가. 중년 이후 고혈압은 국민병이 됐다. 왜 그러겠나. 잘 되면 자기 탓, 못 되면 조상 유전자 탓이란 말인가.
인간 유전자 형질은 수백, 수천 세대에 걸쳐 천천히 정립되며, 수만년이 흐르면서 자리 잡는다. 한 개인의 일생에서의 전환은 어림없는 일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조상이 물려준 유전자대로 살아갈 수밖에. 그걸 거슬렀기에 병을 키웠다. 이왕 태어난 세상, 가능한 한 질병 없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려면 가장 효율적으로 인류를 생존시킨 조상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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