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오래 앉아 있으면 생기는 병]

최만섭 2016. 1. 27. 10:48

[의학이야기] 코끼리 다리·거북목 되고, 폐·심장도 나빠져요

입력 : 2016.01.27 03:08

[오래 앉아 있으면 생기는 병]

장시간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 방해… 뇌·다리·척추 등 몸 전체 악영향
1시간에 5~10분씩 스트레칭하며 비만·당뇨병·심장병 예방해요

'한국인은 하루 평균 6.8시간 잠자고, 7.5시간을 앉아서 보낸다'는 최근 기사 보셨나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온 통계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은 잠자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매일 앉아서 보내는 셈이죠.

문제는 이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는 자세가 지속되면 건강에 해롭다는 겁니다. 별 움직임 없이 앉아만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비만·당뇨병·심장병·(비알코올성) 지방간·신장병·암 같은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거든요. 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한마디로,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편히 쉬게 해주는 고마운 의자'가 아니라 '우리 건강을 해치는 의자'가 된다는 얘기인데, 대체 왜 그럴까요?

[의학이야기] 코끼리 다리·거북목 되고, 폐·심장도 나빠져요
▲ /그래픽=안병현
사람의 몸은 원래 활발히 움직이도록 만들어졌어요. 사람은 중력에 대항해 곧게 두 발로 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360개의 관절과 700개의 골격근을 갖고 있어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동작을 쉽게 할 수 있게 돼 있죠. 따라서 적당히 움직여야 혈액 순환도 잘되고, 신경세포에도 이롭답니다. 피부의 탄성이 좋은 것도,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피부가 따로 흐느적거리지 않고 뼈·근육 등의 움직임에 밀착되기 위해서라네요.

이처럼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설계된 우리 몸이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우선 몸의 기둥이 되는 척추부터 봅시다. 척추는 목부터 엉덩이까지 33개의 뼈가 차례로 쌓은 듯 길게 이어져 있고, 이 뼈들 사이사이에 완충 작용을 하는 원반 모양 연골(디스크)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인대와 근육이 붙어 척추 전체를 지탱하고 있지요. 그런데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척추는 앞으로 구부정하게 휘고, 어깨도 굽은 자세가 됩니다. 그래서 척추에 불균등한 압력이 가해집니다. 이런 자세가 오랜 시간 반복되면 압력을 많이 받는 쪽 디스크가 닳고 일부 관절과 인대는 부담을 많이 받게 되죠. 또한 척추에 붙은 근육은 척추가 휘어진 만큼 늘어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큰 압박을 받아요. 또한 이렇게 구부정한 자세는 숨을 들이쉴 때 폐가 충분히 부풀 수 있는 공간(흉강)을 좁히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만큼 호흡할 때 폐에 저장되는 산소가 줄고, 온몸으로 보낼 산소량도 적어집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리고 붓던 경험 있죠? 앉은 자세가 하체의 근육, 혈관, 신경을 짓누르기 때문인데요, 신경을 흐르는 신호의 전달이 잘되지 않아 다리가 저린 겁니다. 또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니 다리가 붓지요. 그뿐만 아니라 말초 혈관 속에 있는 효소가 지방을 분해하는 작용도 일시적으로 중단된다고 해요. 앉아 있을수록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쓰기가 힘들다는 뜻이랍니다.

지난 2014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법 정책 관계자들의 보고를 서서 듣고 있어요.
▲ 서서 일하는 사람들 - 지난 2014년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법 정책 관계자들의 보고를 서서 듣고 있어요. 최근 미국에서는 건강을 위해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요. /백악관
오래 앉아 있기의 부작용은 뇌에도 나타납니다. 혈액 순환이 잘 안 되고 폐가 들이마신 산소량도 감소한 만큼 뇌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 공급이 안 되겠죠?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머리가 띵하고 집중이 안 될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공부나 업무를 위해 앉아 있는 시간이 긴데, 오히려 앉은 자세가 공부나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죠. 책상에서 벗어나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지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매일같이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작용은 쌓이고 나중에는 비만, 당뇨, 심장병이나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답니다. 심지어 하루 한 시간씩 운동한다고 해서 오래 앉아 있어 생긴 부작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네요. 운동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대부분 앉아서 보내면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은 여전히 남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오래 앉아 있기의 부작용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줄곧 앉아 있는 대신 적어도 1시간에 한두 번은 일어나서 5~10분씩 스트레칭을 하거나 걸어 다니는 겁니다. 또 앉아 있더라도 구부정한 자세 대신 허리와 가슴을 쫙 펴고 앉으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요. 가능하다면 앉아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대신 서서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끔씩은 서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요. 전화 통화나 회의는 가급적 서서 하고, 친구나 동료를 만나면 테이블 앞에 앉는 대신 함께 산책하며 얘기를 나누면 좋지요. TV를 볼 때도 가만히 앉아 있지만 말고 중간중간에 움직여야 합니다. 휴대전화 붙들고 앉아서 문자 보내는 대신, 직접 친구를 찾아가서 얘기하면 더 도움이 됩니다. 그리 어렵지 않죠?

우리 몸은 활발히 움직이도록 만들어졌고 움직일수록 건강해진다는 걸 꼭 기억하고, 의자와 너무 친해지지 않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