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삶을 쥐고 흔드는 스트레스와 씨름한다. 스트레스는 여기저기 상처를 내고 그로 인해 마음에 뻥 뚫린 빈 곳을 만든다. 마치 마음에 난 빈 곳을 예쁜 색으로 메우려는 무의식이 작용해 사람들은 색칠 놀이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되고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색을 칠하면서 비어 버린 마음을 메우고, 그로 인해서 위안을 얻기 바라면서….
그렇다면 상처로 텅 비어 버린 마음을 무슨 색으로 칠할 수 있을까? 각각의 색에는 그 색만이 표현해내는 나름의 뜻이 담겨 있다. 순수하면서도 정직한 색인 흰색이 좋을까 싶지만 때로는 너무 무기력하게 보일 수 있다. 정열적인 빨강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줄 수 있지만, 자칫 공포와 위협감을 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신뢰를 주기도 하고 이성적이기도 한 파랑을 칠해볼까? 이건 또 자칫 우울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뭔가 신비롭고 낭만적인 보라색을 선택한다면 그 뒤에 감춰진 쓸쓸한 고독의 느낌이 함께 떠오르는 걸 대비해야 한다. 고독이 싫다면 봄의 생동감을 가진 기쁨의 색, 노랑을 칠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랑은 비겁함이라든지 신경질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각각의 색은 결코 좋은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색이 한데 모이면 나름대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조화를 이루는 색의 다양한 의미들로 마음을 다스리는 여유를 생각해본다. 언젠가 SNS에서 여러 색으로 꽉 채워진 완성된 컬러링 북을 본 적이 있다. 가지각색으로 빈 공간을 메웠는데 그냥 봐도 전문적인 미술 감각을 고려해서 채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제각각인 여러 색의 어울림으로 인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저마다 색이 가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어울림을 본 것이다. 우울하고 신경질적이거나 무기력한 마음이라면 기쁨을 주고 에너지가 넘치는 색으로 보완하면 된다. 때로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면 냉철하고 이성적인 색으로 나를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여러 색을 조합하면서 마음의 상처에 의미 있는 힐링(healing)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느새 2016년의 첫 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그 짧은 시간에도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스트레스가 닥쳐올지도 대충 알고 있다. 스트레스
를 받는 만큼 내 마음에 빈 곳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남은 12월까지 건강한 마음으로 살기를 작정해본다. 오늘도 스트레스로 비어 버린 마음을 또 하나의 색으로 칠하면서 말이다. 하나씩 빈 곳을 메우다 보면 내일은 조금 더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더 나아가 마음이 뻥 뚫린 모든 사람이 올해는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함께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