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야기] 죽음 앞에서도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진리 추구하다 청년 선동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소크라테스
끝까지 정정당당히 살기 위해 사형 선고에도 자기 철학 포기 안 해
"피고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쾅쾅쾅-
한 피고인에게 사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자신은 죄가 없다고 변론했지만 재판관들은 듣지 않았고, 이제 남은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이 피고인은 누구일까요? 바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기원전 470년 추정~399년)예요. 공자·예수·석가와 함께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소크라테스가 도대체 왜 사형을 당한 걸까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던 그가 법정에서 펼친 논리는 왜 재판관들에게 통하지 않았을까요?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통해 이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알아보려고 해요.
◇'모르면서 아는 체한다' 주장해 미움 사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기원전 399년 아테네의 법정에서 소크라테스가 신을 믿지 않고 청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로 고발당해 세 가지 연설을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 번째 연설은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무죄임을 주장하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아테네의 재판관들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적당한 형량을 논의하게 되지요. 두 번째 연설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정한 형량을 제안해요. 하지만 이번에도 그에게는 안 좋은 결과만 나왔지요. 사형 선고가 내려진 거예요. 마지막 연설을 통해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죽기 전 작별 인사를 남기며 끝까지 자기의 소신을 꿋꿋하게 밝힌답니다. 자, 그러면 고대 아테네로 가서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들어 보지요. 소크라테스는 왜 자신이 아테네인들에게 증오를 받게 되었는지 말하며 변론을 시작합니다.
- ▲ 그림=이병익
"아테네인 여러분! 나의 이러한 평판은 내가 어떤 종류의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중략) 나는 현인(賢人·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그를 관찰했습니다. 나는 그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그가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큰 명성을 떨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대화했어요. 그리고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진정한 지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런데 아테네의 유명인들은 스스로 무지하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인 데다, 자신의 무식함을 인정하기는커녕 소크라테스를 비방했지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도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게 만드는 원인이었어요. 소크라테스는 정답을 알려 주지 않고, 오직 거듭된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에 허점이 있음을 느끼게 했거든요. 결국 상대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상태에 처하게 만들었고요. 명문가의 자제들, 그중에서도 수재들이 소크라테스를 열렬히 따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아테네의 정치가들과 소피스트(청년들에게 논변술을 가르쳤던 교사)들은 소크라테스를 매우 질투할 수밖에 없었죠. 소피스트들은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선동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무지(無知·아는 것이 없는 상태)를 자각해 스스로 진리를 추구하도록 의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아테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불편한 이야기' '자기만 겸손한 척하는 매우 오만한 주장'으로만 여겼지요. 하지만 그럴 만도 해요. 여러분이 만약 아테네에서 저명한 정치인, 시인, 학자라고 상상해 보세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모아 놓고 "사실 저 사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스스로 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요? 소크라테스가 당대 지식인들에게 미움 받아 결국 사형까지 당한 이유가 이해되나요?
◇소크라테스, 소신을 굽히지 않다
그의 변론은 마치 사형 선고를 자초하듯이 시종일관 당당해요. 재판정에서 "나는 신이 아테네에 보낸 선물이다"라고 말하거든요. 재판관들의 화를 살 법한 표현이지요. 사실 법정에서 그가 불손한 말을 삼가고 생명을 구걸했다면 그는 무죄나 가벼운 처벌을 선고받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법정에 서서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지요. 죽음을 면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굽히느니 차라리 사형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거예요. 소크라테스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단지 사는 것이 아니라 훌륭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는 아테네 시민을 이성에 눈뜨게 하고 덕을 닦아 참된 행복에 이르도록 하는 게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의 소명이라 믿었거든요. 그러니 자신은 아테네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변론할 수밖에요. 하지만 결국 그는 사형에 처해지죠. 재물이나 명예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라고 여겼던 아테네 사람들에게 진정한 앎을 추구하는 그의 변론은 듣기 싫은 변명으로 들렸을 테니까요.
"이제는 떠날 시간입니다. 저는 죽으러, 여러분은 살아가기 위해 떠날 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에서 어느 편이 더 나은 쪽으로 가게 될지는, 신 빼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작별 인사 후 법정 문은 닫혀요. 도덕적인 삶,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요? 또 훌륭하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도 소크라테스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이 책의 작가는?]
플라톤(기원전 427~ 347년)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소크라테스의 제자예요. 유명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플라톤은 원래 정치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재판 과정과 죽음을 보고 당시 현실 정치에 크게 실망하죠. 그 후 철학 공부에 매진하며 ‘크리톤’ ‘파이돈’ 등을 저술해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발전시켰고, 이데아론을 처음으로 주장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