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난치성 癌, 환자 유전자 정보 분석해 맞춤 치료 가능"

최만섭 2016. 1. 13. 10:38

  • "난치성 癌, 환자 유전자 정보 분석해 맞춤 치료 가능"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입력: 2016.01.13 07:30

[헬스 특진실] 분당차병원 癌신약 연구센터

암 권위자 김주항 교수 의료진 5명과 함께
신약 임상 10건 진행 중… 면역세포치료에도 주목

국내에서만 매년 22만~23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 이중 30% 정도(7만여 명)는 암 치료에 실패해 사망한다. 암을 너무 늦게 발견한 탓일 수 있지만, 암 치료법에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암의 종류나 병기(病期)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 방식이 대부분 한정돼 있어서 특정 치료에 실패하면 더 이상 손쓰지 못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놓인 암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오기도 한다. 바로 암 신약(新藥) 임상 시험이다.

[헬스 특진실] 분당차병원 癌신약 연구센터
분당차병원은 지난해 9월 김주항 교수를 비롯한 종양내과 의료진 6명을 영입해 암신약 연구센터를 개설했다. 사진은 김주항·문용화·전홍재·김찬·임선민(왼쪽 두 번째부터) 교수가 폐암 환자에게 치료 결과를 설명하는 장면.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신약 임상 시험으로 치료의 기회 넓혀

신약이 개발되면 세포·동물 실험 등을 거치면서 약이 가진 치료 가능성을 가늠하게 된다. 어느 정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총 세 단계(1상·2상·3상)의 임상 시험을 거친 뒤에 약이 시판되는데, 1상에서는 약의 용량 및 부작용, 2상에서는 약의 효과, 3상에서는 기존 약과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가 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1상부터 3상까지의 모든 연구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한 곳이다.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김주항 교수는 "예전에는 우리나라 의료의 질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3상 연구나 약 시판 후에 시행하는 4상 연구만 조금 진행하는 편이었다"며 "지금은 국제적으로 의료 수준을 인정 받아 초기 단계인 1상 연구부터 많이 시행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암 환자는 다른 국가에서는 써보지 못한 신약을 비교적 빨리 접할 수 있는 편이다.


◇분당차병원, 김주항 교수 영입해 '암신약 연구센터' 개설

하지만 이런 임상 시험이 어느 병원에서나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약사, 임상 간호사, 경험이 풍부한 의사 등이 팀을 이뤄 양질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야만 임상 연구의 기회가 주어진다. 반대로 해석하면 임상 연구를 활발히 시행하는 병원은 비교적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고, 신 치료법을 익힌 의료진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내 대형병원에서는 임상 연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분당차병원에서도 암 신약의 효과를 알아내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난치성 암 신약 치료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주항 교수를 비롯, 지난해 9월 연세의대에서 총 6명의 종양내과 의료진을 영입했다. 김주항 교수는 연세암병원에서 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유전자세포치료학회장·한국임상암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주항 교수팀은 분당차병원 암신약 연구센터를 개설, 현재 10건 정도의 신약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표적치료제·맞춤 암 치료, 암 정복할 것"

분당차병원 암신약 연구센터에서 시행하는 임상 시험 10건 중 3건은 표적치료제 연구다. 일반적인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항암치료가 끝난 후 정상 세포가 손상돼 환자들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겪는다. 반면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와 관련된 단백질과 유전자만 선택해 공격해서 정상 세포가 손상돼 나타나는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특히,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3세대 표적치료제(내성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치료제) 연구는 암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여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맞춤 암 치료법도 개발 중이다. 같은 암종·병기이더라도 이상이 생긴 유전자는 환자마다 다른데, 이를 알아내면 각자에게 맞는 최상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NK세포·T세포(면역기능에 관여하는 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치료를 접목하면 항암 효능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기대한다. 김주항 교수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 끊임 없이 개발되고, 환자에게 빠른 속도로 적용되고 있다"며 "암을 정복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완치가 안 되더라도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개념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