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허구로 드러난 '역대 最上 한·중 관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최만섭 2016. 1. 12. 10:08
[사설] 허구로 드러난 '역대 最上 한·중 관계'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입력 : 2016.01.12 03:23

지난 6일 북의 핵실험 당일 우리 국방부는 중국에 한·중 국방장관 간 긴급 전화 통화를 요청했다. 군사 핫라인은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합의사항이었고 후속 논의를 거쳐 작년 12월 31일 개통됐다. 어느 한쪽이 통화를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제가 있었다. 이 합의에 따라 개통 일주일 만에 맞은 긴급 상황 속에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 우리 측 요청이었으나 중국은 11일까지 어떤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 결정적 순간에 쓰라고 만든 핫라인이 정작 필요할 때는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정상 간 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실험 다음 날인 7일 미·일 정상과 전화를 했지만 시진핑 주석과는 의견 교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 역시 우리 측 요청에 중국 측이 반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 간에는 지난 8일 저녁의 외교장관들의 전화 통화가 핵실험 이후 이뤄진 대화의 전부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70분 통화는 서로 생각이 달라 겉돌기만 했다. 윤병세 장관은 '강력 제재'를 거듭 요청했지만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 후 왕이 부장의 말 몇 마디만 짧게 언론에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미국 전략폭격기 B-52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서도 '절제'와 '신중한 행동'만을 요구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우리 입장대로 움직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중국이 북에 강한 압박을 가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상 간 통화와 군사 핫라인 가동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은 국제 관계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서방국가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며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이후 조성됐던 한·중 우호 분위기도 이번에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문제는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우리 외교 당국의 단견(短見)이다. 윤병세 장관은 작년 7월 한·중 관계를 "역대 최상"이라고 했다. 그는 "미·중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는 것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작 위기 상황이 펼쳐지자 한·중 관계의 밑바닥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외교 책임자가 역대 최상이라고 했던 평가가 몇 달 만에 허공으로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일 관계에서도 외교팀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30개월이 넘도록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회담도 없다는 강경 자세를 취하다가 갑자기 지난 연말 정반대 방향의 합의를 해주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중국 중시 외교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를 의심하는 시각이 대두됐다. 결정적인 순간에 중국의 본심이 드러난 지금 우리는 대일(對日) 외교에 이어 대중 전략도 방향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 정권 출범 3년 만에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설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우리 외교가 대외적으로는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고, 대내적으로는 국익(國益)을 최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줄 수 있겠는가. 이것이 외교팀의 오판(誤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당장 외교팀을 교체하고 새로운 외교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의 잘못된 지침이 이런 외교 참사를 불러왔다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