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미국 경제 다시 침체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

최만섭 2016. 1. 9. 09:44
  • 온혜선 조선비즈 기자-

  • 입력 : 2016.01.09 03:04

    [미국 금리인상] 금리 인상 속도가 포인트… "점진적 인상이 美경제에 독" 의견도
    과거 美 금리 인상 때 곳곳에 위기… 신흥국發 금융위기 가능성 거론

    "금리가 올라야 가계가 저축을 하고, 저축이 늘어야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양적 완화나 제로 금리로는 결코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당연한 조치다."(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아직 미국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금리를 지금은 올리더라도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내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경제가 다시 나빠져 리세션(경기후퇴)이 올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다시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피터 다이아몬드 MIT 경제학과 교수)

    "지속적인 미국의 경제 회복이 세계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무조건 확신을 가지고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또 어렵다. 미국 금리의 빠른 상승은 유로존과 다른 신흥국의 금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교수)

    작년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2008년 말 금리를 제로로 낮춘 이후 약 7년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의 관전 포인트로 3가지를 꼽았다.

    우선 금리 인상 속도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미국 경제 상황과 대외 변수를 고려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금리 인상이 지나치게 빠르게 이뤄져 미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은 "FRB는 늘 말했듯이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이 커지지 않도록 매우 수동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하포드 FT 칼럼니스트는 "대다수 전문가는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 금리를 1% 아래로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히려 점진적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로치 예일대 교수는 "지금 같은 속도라면 금리가 정상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이를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이 저축 증가로 이어져야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로치 교수의 의견이다.

    미국 경제의 재침체 가능성은 미국 금리 인상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변수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 내외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1996~2005년)의 평균 성장률 3.3%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예상만큼 호조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글로벌 경제 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PMI는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보여 주는 일종의 선행(先行)지표 역할을 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국발(發) 금융 위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미국이 기습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릴 때마다 세계 곳곳에 위기가 찾아왔다. 1994년엔 아시아 금융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고, 2004~2006년의 금리 인상은 2008년 있었던 세계 금융 위기의 원인이 됐다. 과거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 위기 후유증으로 아직 허약한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시장 비금융 기업들의 부채 중 달러화 표시 부채는 최대 3조달러(약 3500조원)로 추산된다. 하포드 칼럼니스트는 "낮은 금리를 보고 미 달러화를 빌렸던 미국 밖 기업들에는 나쁜 소식"이라며 "달러화 부채를 갚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신흥국 기업에 이중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중에서도 중국, 브라질이 요주의 대상이다. 중국 대기업은 운영 자금 대부분을 해외에서 차입하고 있다. 해외 차입금은 약 1조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도 상황이 좋지 않다. 무디스에 따르면 브라질은 달러 빚이 3220억달러(약 380조원)에 달한다.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달러화 부채가 많은 나라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