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비결… 자신에 유리한 방식으로 싸워
예수도 목수의 아들인 약자 貧者의 편에 서서 복음 전파
청년들, 흙수저 탓하기보다 자신만의 승리 루트 찾기를
2015년은 '흙수저론'이 풍미했던 한 해였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많은 젊은이가 기회의 불평등에 좌절하며 없는 집안에 태어난 불운을 한탄했다. 누군가는 스스로를 '7포 세대(연애·결혼 등 7가지를 포기)'라 자조했고, 누군가는 절규처럼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을 외쳤다. 한번 약자(弱者)는 평생 약자라는 신분 고착화의 절망 담론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을 기적이라고 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긴 불가능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영 멘토 맬컴 글래드웰은 그런 통념을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다윗의 승리는 예상된 것이었다. 이길 싸움을 이겼다는 것이다. 그것은 골리앗이 정한 규칙을 거부하고 다윗 자신의 방식대로 싸웠기 때문이었다.
골리앗이 원한 게임의 룰은 근접 백병전(白兵戰)이었다. 골리앗은 청동 투구와 갑옷으로 중무장한 채 다윗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먼 거리에서 투석 주머니로 돌을 날려 골리앗의 이마에 적중시켰다. 칼 든 도수(刀手)에게 총을 쏜 셈이었다. 골리앗은 2m가 넘는 거인이지만 원격(遠隔) 전투에선 오히려 약자였다. 다윗은 일대일 결투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을 벌였다.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한 것이었다.
보스턴대학의 이반 아레귄-토프트 교수가 내놓은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그가 19세기 이후 강대국과 약소국 간 전쟁 200여 건을 분석했더니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28%에 달했다. 이 수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950~99년엔 놀랍게도 약소국의 승전율이 50%를 넘겼다. 약소국이 승리한 전쟁은 대개 게릴라전 같은 비정규·변칙 전술을 구사한 경우였다.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전쟁이 대표적이다. 강자가 정한 전쟁의 룰을 거부하는 순간 약자의 승리 가능성이 확 높아지더란 것이었다.
산업사(史)에 등장한 강자 대부분은 처음부터 강자였던 것이 아니다. IT의 제왕 애플 역시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는 약한 신참자에 불과했다. 당시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강자는 노키아였다. 하지만 노키아의 권좌는 3~4년을 더 못 갔고 결국 휴대폰을 포기하고 말았다. 애플의 승리는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전장(戰場)을 만들어 싸운 결과였다. 게임 룰이 바뀌면 강자가 지닌 강점은 도리어 약점이 된다. 노키아도, 골리앗도, 그래서 무릎을 꿇었다.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62) 회장은 맨주먹으로 매출 1조원대 기업군(群)을 일군 신화적 인물이다. 동대문의 한 평(3.3㎡)짜리 점포에서 시작해 거대한 패션 제국을 세웠다. 그는 전형적 '흙수저' 출신이다. 중1 때 아버지를 여의어 소년 가장이 됐고, 학력은 기술고(高) 졸업이 전부다.
최 회장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약자였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지도, 특출난 재능이 있지도 않았다. 돈을 버는 길밖에 없었다. 장사판에선 좋은 집안 출신도, 학교 때 공부 잘한 것도 소용없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겁날 것 없는 자신이 오히려 강자였다. 그의 성공은 강자의 루트 대신 약자의 성공 전략을 따른 덕분이었다. 이렇게 약자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기업인의 성공담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를 향해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꾸짖는 것은 청년들에게 도움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흙수저가, 약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다. 그런 약자의 승리 루트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게 우리 사회의 할 일이다.
취업 전선에서 고전하는 청년들이 범하는 오해가 있다. 학점, 토익 점수 같은 스펙이 약해서 흙수저가 밀린다는 오해다. 그러나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이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스펙보다 열정, 학벌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더 본다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와 똑같이 스펙 경쟁을 벌인다면 질 수밖에 없다. 약자는 게임 룰을 달리해야 이긴다. 스펙 쌓느라 애쓰기보다 역경과 싸운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만드는 편이 면접장에서 훨씬 위력을 발휘한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활용하는 것, 이것이 약자의 성공 방정식이다.
2000여 년 전 오늘 태어난 예수도 인간으로서 보낸 삶은 약자였다 . 빈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권력과 가진 자에게 평생 핍박당했다. 그렇게 시작된 기독교는 오늘날 가장 많은 세계인이 믿는 종교가 됐다. 기독교의 생명력은 예수가 강자의 질서를 거부하고 약자 편에서 새로운 복음을 전파한 데 있다. 예수의 말씀은 '천국은 가난한 사람의 것'이라는 약자 승리의 복음이었다. 절망에 떠는 이 땅의 모든 약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을 기적이라고 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긴 불가능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영 멘토 맬컴 글래드웰은 그런 통념을 부정한다. 그에 따르면 다윗의 승리는 예상된 것이었다. 이길 싸움을 이겼다는 것이다. 그것은 골리앗이 정한 규칙을 거부하고 다윗 자신의 방식대로 싸웠기 때문이었다.
골리앗이 원한 게임의 룰은 근접 백병전(白兵戰)이었다. 골리앗은 청동 투구와 갑옷으로 중무장한 채 다윗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먼 거리에서 투석 주머니로 돌을 날려 골리앗의 이마에 적중시켰다. 칼 든 도수(刀手)에게 총을 쏜 셈이었다. 골리앗은 2m가 넘는 거인이지만 원격(遠隔) 전투에선 오히려 약자였다. 다윗은 일대일 결투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을 벌였다.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한 것이었다.
보스턴대학의 이반 아레귄-토프트 교수가 내놓은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그가 19세기 이후 강대국과 약소국 간 전쟁 200여 건을 분석했더니 약소국이 이긴 경우가 28%에 달했다. 이 수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950~99년엔 놀랍게도 약소국의 승전율이 50%를 넘겼다. 약소국이 승리한 전쟁은 대개 게릴라전 같은 비정규·변칙 전술을 구사한 경우였다.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전쟁이 대표적이다. 강자가 정한 전쟁의 룰을 거부하는 순간 약자의 승리 가능성이 확 높아지더란 것이었다.
산업사(史)에 등장한 강자 대부분은 처음부터 강자였던 것이 아니다. IT의 제왕 애플 역시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는 약한 신참자에 불과했다. 당시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강자는 노키아였다. 하지만 노키아의 권좌는 3~4년을 더 못 갔고 결국 휴대폰을 포기하고 말았다. 애플의 승리는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전장(戰場)을 만들어 싸운 결과였다. 게임 룰이 바뀌면 강자가 지닌 강점은 도리어 약점이 된다. 노키아도, 골리앗도, 그래서 무릎을 꿇었다.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62) 회장은 맨주먹으로 매출 1조원대 기업군(群)을 일군 신화적 인물이다. 동대문의 한 평(3.3㎡)짜리 점포에서 시작해 거대한 패션 제국을 세웠다. 그는 전형적 '흙수저' 출신이다. 중1 때 아버지를 여의어 소년 가장이 됐고, 학력은 기술고(高) 졸업이 전부다.
최 회장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약자였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지도, 특출난 재능이 있지도 않았다. 돈을 버는 길밖에 없었다. 장사판에선 좋은 집안 출신도, 학교 때 공부 잘한 것도 소용없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겁날 것 없는 자신이 오히려 강자였다. 그의 성공은 강자의 루트 대신 약자의 성공 전략을 따른 덕분이었다. 이렇게 약자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기업인의 성공담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기성세대는 청년 세대를 향해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꾸짖는 것은 청년들에게 도움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흙수저가, 약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다. 그런 약자의 승리 루트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게 우리 사회의 할 일이다.
취업 전선에서 고전하는 청년들이 범하는 오해가 있다. 학점, 토익 점수 같은 스펙이 약해서 흙수저가 밀린다는 오해다. 그러나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이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스펙보다 열정, 학벌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더 본다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와 똑같이 스펙 경쟁을 벌인다면 질 수밖에 없다. 약자는 게임 룰을 달리해야 이긴다. 스펙 쌓느라 애쓰기보다 역경과 싸운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만드는 편이 면접장에서 훨씬 위력을 발휘한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 활용하는 것, 이것이 약자의 성공 방정식이다.
2000여 년 전 오늘 태어난 예수도 인간으로서 보낸 삶은 약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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