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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금리 인상, 걱정만 말고 好機로 활용할 전략 다듬을 때

최만섭 2015. 12. 18. 10:42

[사설] 美 금리 인상, 걱정만 말고 好機로 활용할 전략 다듬을 때

입력 : 2015.12.18 03:22

1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9년 반 만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이날 "제로 금리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지금 세계에서 금리를 올려야 할 정도로 경제가 살아난 나라는 미국뿐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그래서 글로벌 위기 이후 벌어진 경제 전쟁의 최종 승자는 미국이며, 강(强)달러 시대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경제는 각국이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대분화(大分化·great divergence)' 국면을 맞았다. 지금껏 함께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던 미국과 유럽·일본·중국 등 경제 대국들은 이제 두 갈래 길을 가고 있다. 돈줄을 죄려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은 앞으로 1~2년은 더 돈 풀기를 계속할 것이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이날 40년 동안 유지했던 석유의 해외 수출 규제를 풀기로 했다. 러시아·브라질·중동 등 산유국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해지고 환율 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한층 어려운 환경이 닥쳐올 수밖에 없다.

16일 미국과 유럽 증시는 1% 안팎, 17일 국내 코스피지수도 0.4% 올랐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이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FRB가 금리를 천천히 올린다고 예고해 안심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나라 경제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1994년 미국이 1년 새 금리를 3%포인트 올리자 세계경제는 급격히 위축됐다. 당시 기업 부채 비율이 300%, 한 해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를 넘겼던 우리나라는 1997년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 했다.

내년 하반기면 미국 금리가 1%를 넘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우리가 현재 1.5%인 기준 금리를 이대로 두면 1년 안에 미국과 금리가 비슷해지는 사상 초유 사태가 벌어진다. 투자자들이 높은 금리를 좇아 한국에 올 이유가 없어진다. 올 3분기(7~9월) 신흥국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 340억달러 중 가장 많은 109억달러가 벌써 국내에서 빠져나갔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을 따라 무작정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어렵다. 가계 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치솟고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 외환 보유액이 3685억달러로 여유가 있고, 다른 신흥국보다 국가 신용 등급이 높다고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정부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금융시장 혼란을 막고 구조 개혁으로 경기를 살려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경제는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미국 수출 시장을 더 확대할 기회이기도 하다. 원유 값도 하락하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회를 찾는 전략적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