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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동시] 첫서리-송명호

최만섭 2015. 11. 18. 14:22
[가슴으로 읽는 동시] 첫서리
  • 이준관 아동문학가

입력 : 2015.11.18 03:00

첫서리


첫서리 내렸다지
전깃줄에

아기 참새들
쭁쭁쭁
발이 시리대.

첫서리 내렸다지
감나무에
홍시감이

빠알갛게
볼이 시리대.

첫서리는 겨울 소식
눈사람의 편지

세수할 때
울 아기 손이 시리대.

―송명호(1938~2007)

칼럼 관련 일러스트

농촌에서는 콩 타작과 깨 타작이 끝나면 첫서리가 내린다. 첫서리에 오소소 돋는 찬 기운에 아이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친다.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은 발이 시려 쭁쭁쭁거리고 까치밥으로 남은 홍시는 첫서리에 볼이 시려 더욱 빨개진다. 첫서리에 더욱 단맛이 들어가는 배추와 무를 보며 어머니는 김장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첫서리는 겨울을 알리는 첫 소식이다. 그런 첫서리를 시인은 '눈사람의 편지'라고 했다. 그럴 것이다. 나뭇가지에 눈꽃처럼 피어 있는 하얀 첫서리는 아이들에겐 첫눈과 눈사람이 보내는 은빛 편지일 것이다. 첫서리가 내리면 머지않아 아이들이 기다리는 첫눈이 내리고 눈사람도 만날 테니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