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8 03:00
첫서리
첫서리 내렸다지
전깃줄에
아기 참새들
쭁쭁쭁
발이 시리대.
첫서리 내렸다지
감나무에
홍시감이
빠알갛게
볼이 시리대.
첫서리는 겨울 소식
눈사람의 편지
세수할 때
울 아기 손이 시리대.
―송명호(1938~2007)
농촌에서는 콩 타작과 깨 타작이 끝나면 첫서리가 내린다. 첫서리에 오소소 돋는 찬 기운에 아이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걸음을 친다.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은 발이 시려 쭁쭁쭁거리고 까치밥으로 남은 홍시는 첫서리에 볼이 시려 더욱 빨개진다. 첫서리에
첫서리는 겨울을 알리는 첫 소식이다. 그런 첫서리를 시인은 '눈사람의 편지'라고 했다. 그럴 것이다. 나뭇가지에 눈꽃처럼 피어 있는 하얀 첫서리는 아이들에겐 첫눈과 눈사람이 보내는 은빛 편지일 것이다. 첫서리가 내리면 머지않아 아이들이 기다리는 첫눈이 내리고 눈사람도 만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