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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한시] 밤에 앉아(夜坐)-심헌지

최만섭 2015. 11. 7. 11:19

[가슴으로 읽는 한시] 밤에 앉아(夜坐)

  •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밤에 앉아(夜坐)

칠순이 바짝 다가와 마음은 조급한데
오막살이 신세로서 곤궁함을 견디네.

시든 풀로 허기 때우니 명마는 과거가 그립고
빈 숲에 살자 하니 학은 가을바람에 울적하네.

시름이 찾아오면 누룩 짜서 석 잔 들이켜고
병든 뒤에는 굴원의 "이소"를 한바탕 읊조린다.

백발이래도 나라 걱정은 놓지 못하노니
밤 깊어 사위어가는 등잔불이 붉은 마음 비추네.



七旬將滿意悤悤(칠순장만의총총)
身世蓬廬耐苦窮(신세봉려내고궁)

敗草驪飢懷往日(패초려기회왕일)
虛林鶴棲感秋風(허림학서감추풍)

愁來頓遜仍三酌(수래돈손잉삼작)
病後離騷又一通(병후이소우일통)

白首猶爲民國慮(백수유위민국려)
夜闌殘燭照心紅(야란잔촉조심홍)

[가슴으로 읽는 한시] 밤에 앉아(夜坐)
순조 시대의 시인 묵소(默所) 심헌지(沈獻之)가 일흔을 앞두고서 착잡해진 심경을 썼다. 촛불 앞에 혼자 앉아 있었더니 이런저런 상념이 밀려온다. 칠순 노인이 되었건만 이룬 것 하나 없이 오두막을 지키는 신세다. 허기를 때우고 나니 호의호식하던 옛날이 그립고, 쓸쓸히 홀로 있자니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기세 좋던 명마와 기품 있던 학이 늙고 나니 볼품없는 꼴이다. 술을 꺼내 몇 잔 들이켠 다음 밀려난 사람의 심경을 담은 노래를 불러 본다. 제 주제가 형편없이 된 것은 생각 않고 웬 나라 걱정은 쓸데없이 그리 많은지, 빨갛게 타는 등잔불 심지를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