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수 경제부 차장
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 6.1% 인상 등을 요구하다 결렬되자 19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 달 16일 모든 은행 업무를 중단하는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인 지 6년 만이 된다.금융노조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6%를 넘는 데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사측이 제시한 1.4%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치솟는 물가에 실질임금 감소를 걱정하는 근로자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6.1% 인상은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1.4%)은 물론이고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체의 노사 협약 임금 인상률(5.3%)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평균 연봉 1억 원을 넘어선 은행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것인지도 의문이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15조3300억 원이 넘는다. 작년 상반기보다 21% 급증한 사상 최대 규모다. 특별히 영업을 잘했다기보다는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 크다.
금융노조는 임금 인상과 더불어 1시간 단축된 영업시간을 유지하고 주 36시간(4.5일) 근무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은행 지점들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1시간 줄어든 뒤 여전히 그대로다. 올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뒤 식당 영업시간과 지하철 운행시간 등 대부분이 원상 복구됐지만 은행만 예외다.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방역 지침이 해제되면 교섭을 통해서만 영업시간 단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못 박은 탓이다. 디지털·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불편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하는 시간은 줄이면서 임금은 대폭 올려달라니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