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마침내 시작된 ‘3나노 공정’… 양자 반도체 시대 서막 열리나

최만섭 2022. 8. 3. 05:03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마침내 시작된 ‘3나노 공정’… 양자 반도체 시대 서막 열리나

삼성전자 3나노 GAA는 ‘전류의 흐름’을 다층화
로마 때 사람·상하수도 동시에 통하는 다리처럼 만든 기술
대만 TSMC, 미국 인텔도 반도체 사활 걸고 경쟁

입력 2022.08.03 03:00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서 트랜지스터(transistor)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반도체 소자의 기본 구조는 트랜지스터다. 전류를 연결하거나 끊는 디지털 스위치 역할을 한다. 반도체 칩 하나에 트랜지스터가 최대 100억개 들어있다.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면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그래서 원자 수준에 가까운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까지 줄이려 하고 있다.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원판에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선폭(線幅)으로 미세회로를 그려 넣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반도체 최신 공정은 4나노미터였는데 이번에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 공정 시대를 열었다. 대만 TSMC와 미국 인텔도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전류 통로 확대해 속도 향상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게이트(gate)로 불리는 금속과, 실리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실리콘과 금속(게이트)이 맞닿은 ‘전류 통로(채널)’ 면적이 넓을수록 연산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다. 그런데 나노미터 크기로 줄어들면 통로가 너무 좁아져 전류를 충분히 흘리는 데 제한이 있다. 이렇게 되면 계산 시간이 지체되고 저항이 증가한다.

/그래픽=양인성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리콘과 금속이 맞닿는 전류 통로 면적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개발한 구조가 지느러미 모양의 핀펫(FINFET) 구조다. TSMC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하면서 사용한 구조다. 그런데 이 구조도 전류의 손실, 발열 등 문제를 갖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고안한 새로운 구조가 바로 3나노미터 GAA(게이트올어라운드·Gate All Around)다. 이는 삼성전자가 TSMC를 넘어서기 위한 비장의 기술이다. GAA 구조에서는 전류 통로(채널) 표면적을 더욱 넓히기 위해 사방을 둘러싸는 형태로 만들고, 여러 개 다층구조로 쌓았다. 실리콘과 금속이 맞닿는 접촉면을 대폭 늘려 전류 흐름을 더욱 원활하게 만든 것이다.

로마 다층 다리 구조와 유사

로마제국에서는 머나먼 수원지에서 도시나 마을의 공중목욕탕, 공중화장실, 분수, 그리고 사유지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다층 수도교(水道橋)를 건설했다. 위층으로는 물을 흘리고 아래층으로는 사람들이 다니는 다리를 만든 것이다. 현재 남부 프랑스에 있는 퐁뒤가르(Pont du Gard) 다목적 아치교가 좋은 예이다. 여기서 GAA 다층 구조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이처럼 GAA 구조는 원자 수준의 크기로 지하 통로, 지면 통로, 고층 통로로 이루어진 다층 구조물이다.

 
프랑스의 다층 수도교(水道橋) ‘퐁뒤가르’. 다리 위로 물이 흐르는 층과 사람들이 다니는 층을 나눈 복합 구조물이다. /위키피디아

이러한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나노 패턴을 만드는 리소그래피 공정, 실리콘 결정을 기르는 에피 공정, 물질을 조각해 내는 식각 공정, 물질을 표면에 입히는 증착 공정, 그리고 불순물 주입 공정 등이 필요하다. GAA 공정에서는 그 구조의 두께나 크기가 원자 수준이 된다. 원자층 하나하나를 쌓거나 깎아낸다. 얼굴만 한 크기의 12인치 웨이퍼 전체에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만든다. 3nm GAA가 3차원 양자 반도체 시대의 개막으로 불리는 이유다.

◆나노 반도체는 원자의 예술

GAA는 인간의 눈으로는 직접 볼 수 없다. 진공에서 높은 에너지의 전자로 물체를 때려서 얻는 전자의 반사나 굴절, 투과를 통해 영상을 얻는다. 이를 전자 현미경(SEM)이라고 부른다. 인류는 광학 현미경의 발견으로 세포와 미생물을 발견했고 백신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전자 현미경이 나노 반도체를 가능하게 하고 디지털 혁명을 이룬다. 전자현미경을 통해서 바라본 GAA는 아름답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아름다움은 대상의 대칭, 균형, 비례, 그리고 색깔에서도 나온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판테온(Pantheon) 신전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지붕과 기둥 그리고 조각상들이 완벽하게 대칭과 균형을 이룬다. 돔 천장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 색깔은 청명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석굴암에도 본존불을 중심으로 12지신들의 조각상들이 지붕과 함께 완벽한 대칭과 균형을 이루고, 맞은편 쪽에는 고운 쪽빛 동해가 보인다.

반도체 설계 도면(layout)에서도 대칭과 균형, 그리고 비례가 존재한다. 수백 층 도면의 색깔도 강렬한 색채의 앙리 마티스 그림만큼이나 선명하다. 아름다운 설계 도면과 전자현미경 사진을 보여주는 GAA 반도체는 성능 또한 우수하다. 이제 반도체는 원자 수준의 3차원 건축 예술이 된다. 이를 구현하는 과학기술자들이 추앙(推仰)받는 시대다.

 

 
 

AI시대의 전략] 마침내 시작된 ‘3나노 공정’… 양자 반도체 시대 서막 열리나

삼성전자 3나노 GAA는 ‘전류의 흐름’을 다층화
로마 때 사람·상하수도 동시에 통하는 다리처럼 만든 기술
대만 TSMC, 미국 인텔도 반도체 사활 걸고 경쟁

입력 2022.08.03 03:00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으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서 트랜지스터(transistor)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반도체 소자의 기본 구조는 트랜지스터다. 전류를 연결하거나 끊는 디지털 스위치 역할을 한다. 반도체 칩 하나에 트랜지스터가 최대 100억개 들어있다.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면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그래서 원자 수준에 가까운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까지 줄이려 하고 있다.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원판에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선폭(線幅)으로 미세회로를 그려 넣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반도체 최신 공정은 4나노미터였는데 이번에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 공정 시대를 열었다. 대만 TSMC와 미국 인텔도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전류 통로 확대해 속도 향상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게이트(gate)로 불리는 금속과, 실리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실리콘과 금속(게이트)이 맞닿은 ‘전류 통로(채널)’ 면적이 넓을수록 연산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다. 그런데 나노미터 크기로 줄어들면 통로가 너무 좁아져 전류를 충분히 흘리는 데 제한이 있다. 이렇게 되면 계산 시간이 지체되고 저항이 증가한다.

/그래픽=양인성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리콘과 금속이 맞닿는 전류 통로 면적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개발한 구조가 지느러미 모양의 핀펫(FINFET) 구조다. TSMC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하면서 사용한 구조다. 그런데 이 구조도 전류의 손실, 발열 등 문제를 갖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고안한 새로운 구조가 바로 3나노미터 GAA(게이트올어라운드·Gate All Around)다. 이는 삼성전자가 TSMC를 넘어서기 위한 비장의 기술이다. GAA 구조에서는 전류 통로(채널) 표면적을 더욱 넓히기 위해 사방을 둘러싸는 형태로 만들고, 여러 개 다층구조로 쌓았다. 실리콘과 금속이 맞닿는 접촉면을 대폭 늘려 전류 흐름을 더욱 원활하게 만든 것이다.

◆로마 다층 다리 구조와 유사

로마제국에서는 머나먼 수원지에서 도시나 마을의 공중목욕탕, 공중화장실, 분수, 그리고 사유지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다층 수도교(水道橋)를 건설했다. 위층으로는 물을 흘리고 아래층으로는 사람들이 다니는 다리를 만든 것이다. 현재 남부 프랑스에 있는 퐁뒤가르(Pont du Gard) 다목적 아치교가 좋은 예이다. 여기서 GAA 다층 구조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이처럼 GAA 구조는 원자 수준의 크기로 지하 통로, 지면 통로, 고층 통로로 이루어진 다층 구조물이다.

 
프랑스의 다층 수도교(水道橋) ‘퐁뒤가르’. 다리 위로 물이 흐르는 층과 사람들이 다니는 층을 나눈 복합 구조물이다. /위키피디아

이러한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나노 패턴을 만드는 리소그래피 공정, 실리콘 결정을 기르는 에피 공정, 물질을 조각해 내는 식각 공정, 물질을 표면에 입히는 증착 공정, 그리고 불순물 주입 공정 등이 필요하다. GAA 공정에서는 그 구조의 두께나 크기가 원자 수준이 된다. 원자층 하나하나를 쌓거나 깎아낸다. 얼굴만 한 크기의 12인치 웨이퍼 전체에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만든다. 3nm GAA가 3차원 양자 반도체 시대의 개막으로 불리는 이유다.

◆나노 반도체는 원자의 예술

GAA는 인간의 눈으로는 직접 볼 수 없다. 진공에서 높은 에너지의 전자로 물체를 때려서 얻는 전자의 반사나 굴절, 투과를 통해 영상을 얻는다. 이를 전자 현미경(SEM)이라고 부른다. 인류는 광학 현미경의 발견으로 세포와 미생물을 발견했고 백신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전자 현미경이 나노 반도체를 가능하게 하고 디지털 혁명을 이룬다. 전자현미경을 통해서 바라본 GAA는 아름답다. 마음의 눈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아름다움은 대상의 대칭, 균형, 비례, 그리고 색깔에서도 나온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판테온(Pantheon) 신전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지붕과 기둥 그리고 조각상들이 완벽하게 대칭과 균형을 이룬다. 돔 천장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 색깔은 청명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석굴암에도 본존불을 중심으로 12지신들의 조각상들이 지붕과 함께 완벽한 대칭과 균형을 이루고, 맞은편 쪽에는 고운 쪽빛 동해가 보인다.

반도체 설계 도면(layout)에서도 대칭과 균형, 그리고 비례가 존재한다. 수백 층 도면의 색깔도 강렬한 색채의 앙리 마티스 그림만큼이나 선명하다. 아름다운 설계 도면과 전자현미경 사진을 보여주는 GAA 반도체는 성능 또한 우수하다. 이제 반도체는 원자 수준의 3차원 건축 예술이 된다. 이를 구현하는 과학기술자들이 추앙(推仰)받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