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朝鮮칼럼 The Column] 대우조선 혈세 7조원이면 할 수 있는 것들

최만섭 2022. 8. 2. 05:03

[朝鮮칼럼 The Column] 대우조선 혈세 7조원이면 할 수 있는 것들

누적 적자 7.7조, 부채 비율 500%… 5조원대 분식회계, 51일 점거 파업
공기업 대우조선의 실패는 무능한 경영진과 산은의 합작품
인기 연연하는 정치 논리 배제하고 미래 위한 파격 대안 찾아야

입력 2022.08.02 03:20
 
 
 
 
 

51일간 대우조선해양을 마비시켰던 독(dock) 점거 사태는 대우조선 폭탄 돌리기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지난 10년간 공적 자금을 7조원 넘게 투입하고도 누적 적자 7조7000억원에 부채 비율이 500%가 넘는다. 30조원대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올해도 5000억원대의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연말이면 누적 적자와 부채 비율이 더 치솟을 것이다.

또 원청에서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나 정규직과 협력 업체 직원 간의 극심한 임금 격차는 부실기업·한계기업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후들이다. 이번 파업 때 대우조선 정규직의 평균 임금이 월 600만원인 반면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은 월 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계와 노동계 전체에 적잖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 파업 반대를 외치며 인간 띠 잇기를 했던 대우조선 직원들도 자신들과 같은 공간에서, 더 힘든 일을 하는 협력 업체 직원들이 고작 최저임금 시급을 받는 데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대우조선 측은 “파업 참가자들의 근무 일수가 부족한 탓”이라고 해명하지만, 대우조선 협력 업체의 열악한 처우와 근로 조건은 이미 오랜 이야기다. 대우조선은 이런 비정규직 직원이 1만2000명으로 정규직(8600명)보다 많은 기형적인 인력 구성을 갖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대우조선이 협력 업체 근로자들을 착취해서 연명한다고 주장한다.

대우조선도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조선업이 호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 대우조선은 지배 구조 우수 기업, 지속 가능 경영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당시엔 대우조선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 전횡으로 폐해가 많았던 한국 재벌 체제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분식 회계 사건은 대우조선의 민낯을 드러냈다. 5조원대 분식 규모, 정권에 잘 보여 임기 연장을 노리는 CEO(최고경영자)들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CEO를 견제하라고 보낸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대(代)를 이어가며 결탁한 것, 회계 분식을 통해 실적을 부풀린 다음 임직원들이 5000억원의 성과급을 받은 것 등 주인 없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더 가관인 것은 이 분식 사건이 한국 조선업의 고질(痼疾)인 저가 수주의 한 원인이 됐다는 점이다. 당시 대우조선 분식 가담자들은 선박이나 해양 플랜트 건조에 들어가는 원가를 줄이는 방식으로 매출 이익을 부풀렸는데, 이를 모르는 수주 부서에서는 분식한 원가가 실제 수치인 줄 알고 저가 수주에 나서 부실을 눈덩이처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도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 수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 조선업계 고위 임원은 “대우조선의 저가 수주로 현대·삼성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며 “과거 정부가 공기업 대우조선에 7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어 멀쩡한 현대·삼성까지 적자의 수렁으로 끌어들인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민영화가 대우조선 문제의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회사와 노조,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골칫덩이 매물(賣物)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라도 부채 비율이 500%가 넘고, 단 한 사람의 점거 시위로 51일간 전체가 마비되는 회사를 선뜻 사려고 나서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조선 산업이 소득 3만달러 시대에 반도체나 바이오처럼 손실을 각오하고도 돈을 퍼부을 만한 미래 산업인가? 한국 조선이 현재 수주를 싹쓸이하는 LNG 선박도 유일한 경쟁력인 ‘친환경 기술’ 하나로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중국을 과연 몇 년이나 앞설 수 있겠나 하는 회의가 든다. 정치인들과 지자체도 ‘10만명의 고용이 걸렸다’ ‘거제 섬의 생존이 달렸다’는 식의 협박성 떼쓰기는 그만두기 바란다.

과거 정부들이 대우조선에 쏟아부은 7조원이면 지금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1조원이면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첨단 자동차 공장을 건립할 수 있고, 7조원이면 현대차 울산 공장만 한 초대형 공장을 건립해 3만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다. 또 거제도 전체를 관광특구가 포함된 신산업 기지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만큼은 욕먹을 각오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 5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뒤늦게 파업 현장에 찾아가 노동자 코스프레 하는 일은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