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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종목중 가장 잘하는 것? 전 다 잘해요”

최만섭 2022. 7. 26. 05:05

“5개 종목중 가장 잘하는 것? 전 다 잘해요”

근대5종 세계 1위 전웅태… 세계선수권 男계주서 金

입력 2022.07.26 03:00
 
 
 
 
 
한손엔 펜싱 칼, 다른 손엔 레이저총 -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가 지난 14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 승마장에서 펜싱 칼, 레이저 총을 든 채 말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지난 24일 정진화와 함께 세계선수권 남자 계주 금메달을 거머쥔 전웅태는 자신의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신현종 기자

근대5종 세계랭킹 1위 전웅태(27·광주광역시청)가 랭킹 7위 정진화(33·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호흡을 맞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계주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4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2022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계주에 출전한 전웅태, 정진화는 총점 1427점을 기록하며 이집트(1419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전웅태는 개인전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역대 근대5종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가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17년 이집트 카이로 대회의 정진화가 유일하다. 전웅태는 지난 5월 불가리아 알베나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1537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지난달 튀르키예(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도 탈환했다. 하지만 아직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이 없다. 출국에 앞선 지난 14일 경북 문경시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전웅태는 “이번 세계선수권과 2024 파리 올림픽 모두 1등을 하겠다”고 했다. 남자 개인전은 한국 시각으로 29일 새벽 준결승, 30일 밤 결승을 치른다. 전웅태는 “나를 비롯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 국민들이 근대 5종을 보는 재미를 더해드려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체력·집중력·센스 모두 필요”

근대 5종은 다섯 종목(펜싱·수영·승마·사격·육상)의 종합적 기량으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다. 사격과 육상은 동시에 진행되며, 이를 ‘레이저 런’이라고 부른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고안한 근대 5종은 ‘들판을 달리고(육상)’ ‘강을 건너(수영)’ ‘적을 칼로 제압하고(펜싱)’ ‘먼 거리에 있는 적은 총으로 무찌르며(사격)’ ‘적의 말을 빼앗아 장애물을 넘는다(승마)’는 의미를 지닌다. 최고의 전사(戰士)를 선발한다는 취지다.

다섯 종목 중 어떤 종목이 가장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전웅태는 “나는 근대 5종의 월클(월드클래스)이다. 하나만 잘해서는 1등을 할 수 없다. 난 다 잘한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한 사람이 5종목이나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집중력·센스가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공식 대회에선 펜싱·승마·수영 3종목의 종합 성적이 우수할 경우 레이저 런을 남들보다 빨리 출발할 수 있다. 이날 계주에서 전웅태-정진화도 펜싱·수영 1등, 승마 만점으로 레이저 런에서 다른 팀보다 20초 이상 먼저 출발했다.

전웅태가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비결은 ‘펜싱’에 있다. 원래 펜싱에서 기복을 보여 성적이 오르락내리락했는데, 2016년부터 펜싱 기량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 대표팀 김성진 코치는 “학생들이 국어·영어·수학을 공부할 때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과목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처럼, 웅태도 펜싱 연습을 쉼 없이 했다”고 했다.

”근대 5종에서 승마 사라지는 것 아쉬워”

10살에 운동을 시작한 전웅태는 처음엔 수영을 배웠다. 서울체중에 진학한 뒤 학교 근대 5종 감독님으로부터 입문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전웅태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빠르게 배운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한 경기에서 다섯 종목이나 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영을 그렇게 썩 잘하는 선수는 아니어서 전향하길 잘했다”며 웃었다.

전웅태는 “만약 근대 5종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승마 선수가 됐을 것”이라며 “말을 타고 장애물을 넘어갈 때 짜릿함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승마는 2024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근대 5종 종목에서 제외되고, 장애물 경기로 대체된다. 국제대회에선 추첨을 통해 말이 배정되는데 선수 뜻대로 말이 움직이지 않아 실력보다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데다, 일부 코치가 말을 때리는 등 ‘동물 학대’ 비판이 일면서 결국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전웅태는 “물론 추첨 방식엔 변수가 있지만, 그 변수 또한 승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승마가 사라지는 것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면서도 “승마가 마지막으로 포함되는 파리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해 근대 5종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