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전 재고 쌓여가자… 삼성·LG, 돌파구로 찾은 이 전략

최만섭 2022. 6. 29. 04:59

가전 재고 쌓여가자… 삼성·LG, 돌파구로 찾은 이 전략

입력 2022.06.28 03:00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맞춤형 가전제품 ‘비스포크’ 사용 고객 1500여 명을 초청해 팬 파티를 열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LG전자 가전제품의 최대 판매처인 미국 전자제품 쇼핑몰 베스트바이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 미국·캐나다 현지 매장 1000곳의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8% 떨어졌고, 매장에 나온 제품이 판매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기존 60일에서 74일로 늘어났다. 코리 배리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제품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판촉을 강화해야 했다”라고 했다. 국내 가전 업계 관계자는 “베스트바이의 업황은 글로벌 가전 시장의 ‘바로미터’”라며 “아마존·월마트·타깃(2위 유통업체) 등도 최근 가전 재고를 감당 못 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설 만큼 시장이 위축됐다”고 전했다.

가전 업계에 유례 없는 호황을 안겼던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 가전 시장에 혹한기가 시작됐다. 없어서 못 팔던 가전제품들이 갑자기 재고로 쌓이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와 세계 1위 생활가전 업체인 LG전자의 가전 부문 영업이익이 올해 전년 대비 20~45%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4일까지 서울 청담 쇼룸에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봄맞이 특별 전시회를 열었다 /LG전자

◇ 가전 수요 떠받치는 부동산 둔화에 일부 전자제품 재고 역대 최고치

지난 21일 삼성전자가 본사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2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최한 ‘글로벌 전략협의회’의 공통 주제 중 하나는 ‘재고 건전화’였다. 스마트폰, TV·가전 등 사업 분야를 불문하고 재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자재·에너지·식량 등의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제품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했다.

2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재고 회전 일수(재고가 팔리기까지 걸리는 시간)는 평균 94일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2주가량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제품을 만들어 내놓아도 팔리는 데까지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는 의미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삼성전자가 부품 공급 업체에 출하를 몇 주간 지연할 것을 요청하고 주문량도 축소했다”고 전했다. DSCC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의 재고 회전 일수도 67일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가전 시장 규모 전망도 시간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당초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2억1164만대(3월)로 전망했지만 최근 이를 2억879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다른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도 TV 출하량 전망치를 지난 1월 2억1700만대에서 4월 2억12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2년간 가전 수요를 떠받쳤던 주택 구매가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가전 매출과 연관성이 높은 미국 주택시장지수(HMI)는 최근 6개월 동안 하락세를 기록해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명품만 팔린다” 프리미엄 전략 안간힘

삼성·LG는 재고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일제히 초(超)고가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저가 제품은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원자재가 상승으로 수익이 점차 줄고 있어, 그나마 기댈 곳은 고소득층이 찾는 고가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완제품을 담당하는 DX 부문뿐 아니라 DS(반도체) 부문도 하반기 실적 방어를 위한,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확대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온라인 채널 성과 극대화, B2B(기업 간 거래) 판매 강화와 같은 구체적인 액션 플랜들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제품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판매량 면에서 선방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전 세계 TV 시장 판매량은 490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지만 고가 제품인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판매량은 23% 증가한 330만대로 집계됐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도 작년 650만대에서 올해 800만대로 판매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인피니트,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LG시그니처 등 고가 제품군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만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코로나 봉쇄, 원자재·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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