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을 단죄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단독]"탈원전" 외쳤던 친문, 文 퇴임직전 6122만원 '원전 출장'

최만섭 2022. 6. 24. 05:26

단독]"탈원전" 외쳤던 친문, 文 퇴임직전 6122만원 '원전 출장'

중앙일보

입력 2022.06.24 05:00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익표·이재정 의원,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 민주당 이장섭 의원이 지난 4월 6일(현지시간) 프랑스 뫼즈 소재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자료 국회사무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세 명이 새 정부 출범 전인 지난 4월 2~9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사용 후 핵연료’로 불리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사례를 시찰하고 돌아온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5년간 ‘탈(脫)원전’을 주장하던 민주당 소속 친문 성향 의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종료를 한 달 앞두고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 목적이 원자력 에너지 생산·관리의 공조(共助)였다는 것이다. 막상 이들이 23일 국회에서 열린사용 후 핵연료 공청회에는 참석하지 않은 걸 두고는 뒷말도 나온다.

중앙일보가 23일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서 입수한 국제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홍익표·이재정·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의 입국 격리면제가 시행되자마자 6박 8일 일정으로 유럽을 다녀왔다. 4월 2일 인천공항으로 출국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뫼즈와 파리를 방문하고 4월 9일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신재현 주오스트리아대사(왼쪽 세번째)와 이재정, 홍익표, 김영식, 이장섭 의원이 4월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IIAEA의장실에서 기념 촬영한 모습. 이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와 함께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 우크라이나 원전, 국내 원전 인력의 해외 진출 등 원자력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자료 국회사무처

 

국회는 이 출장에 항공료 3766만원을 비롯해 총 6122만원의 예산(사업추진비 530만원 포함)이 들었다고 추산했다. 식사 비용 등은 대사관 등 현지 기관에서 추가로 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민주당 의원 3인이 4월 6일(현지시간) 파리 소재 주프랑스대사관저에서 환영 만찬을 기념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재정·홍익표 민주당 의원, 유대종 주프랑스대사, 이장섭 민주당 의원. 자료 국회사무처

국회 외교통일위원이었던 이재정(재선) 의원은 2019년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 홍 의원과 함께 활동했다. 이장섭(초선) 의원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이었다. 국회 관계자는 “21대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던 3선의 홍익표 의원이 여야 대표단을 꾸려 방문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금오공대 총장 출신의 김영식(초선) 의원 한 사람만 합류했다. 김 의원은 일정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의 연구시설 및 관리부지 현장 시찰까지 함께한 뒤 개인 사정으로 별도 귀국했다고 한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만 파리로 이동해 주프랑스대사관 환영 만찬, ANDRA 본사 방문, 한국수력원자력 유럽지사 관계자 오찬, 6·25 참전용사비 헌화 등의 일정을 더 소화했다.

대표단이 4월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라파엘 그로씨 IAEA사무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 국회사무처

대표단 중 민주당 의원들은 프랑스 외곽 도시의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 연구시설·관리부지를 둘러본 4월 6일 오후 파리로 이동, 이튿날 ANDRA본사 니콜라 솔렁트 국제협력매니저(왼쪽 세번째)를 만났다. 자료 국회사무처

4월 7일(현지시간)에는 한수원 유럽지사 직원들과 파리 소재 한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인 오찬을 했다. 홍익표·이재정·이장섭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자료 국회사무처

이들의 출장이 주목을 받는 건 국회의원으로서의 과거 행보 때문이다.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주장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산자위 간사를 맡았던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당 수석대변인이던 2019년에도 “전 세계적 탈원전 추세에 맞춰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 보고서에는 홍 의원이 라파엘 그로씨 IAEA 사무총장을 만나 “과거 산업위(산자위) 부위원장(간사)을 맡아 원자력의 개발과 발전, 활용에 관심이 있다”며 “핵에너지의 지속적 이용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에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적혀있다. 그로씨 총장은 그에게 “곧 서울을 방문하는데 꼭 국회를 찾겠다”며 추가 교류를 약속했다.

출장 일정에는 원전 관련 기관과 종사자, 외교관 면담 외에도 오스트리아 한인문화회관 방문(위), 파리 시내 참전용사비 헌화(아래) 등이 포함됐다. 자료 국회사무처

홍 의원은 빈에서 국제기구대표부 대사를 겸임 중인 신재현 주오스트리아 대사에게 “원자력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30% 정도인 상황에서 방사성폐기물 재처리 문제, 방사성폐기장 문제는 중요한 논의 대상”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고준위폐기물장 건설 플랜이 제시되어야 한국의 원자력이 국제 규범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해당 출장에는 국회 예산 6122만원이 소요됐다. 동행한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도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의 탈원전 속도는 부끄러운 정도다”(2018년 8월, 이재정 의원),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감사원의 감사 의도가 불순하다”(2020년 9월, 이장섭 의원)고 탈원전 기조를 공개적으로 엄호한 이력이 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방위 산하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고, 이미 작년 정부가 원전 폐기물 관리 방안을 보고해 온 터라 선진 사례 습득 차원에서 시찰을 다녀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12일 낮 경주 월성 원전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소. 보관된 핵연료 다발이 40만 개에 이른다. 이 규모의 핵다발을 재처리하면 핵폭탄 3200개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제공=월성원전]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10~40여년 뒤 포화 상태가 된다. 원전을 추가 건설하지 않아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23일 김영식 의원이 관련법 제정을 준비하며 국회에서 연 공청회에선 “현 정부가 원전 이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임시저장 시설 포화 시점은 현재 추산보다 더 앞당겨질 것”(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는 해외 출장을 다녀온 홍익표·이재정·이장섭 의원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윤창현·박성중·하태경 등 11명의 의원이 참석한 국민의힘과는 대조적이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철철 넘치게 지원해줘야 한다”며 ‘탈원전 백지화·원전 최강국 건설’을 선언한 데 대한 반발 성격이란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생산현장(원자력공장)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향후 2년간 원전 관련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전공 대학교수는 “민주당은 작년 9월 발의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에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유치 지역 지원 방안조차 넣지 않았다”며 “겉으로는 원전 정상화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뒤로는 유럽 출장을 가는 ‘원전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민주당의 당론이 탈원전인 상황에서 개별 의원이 다른 소신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겉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김영식 의원은 “출장을 갔을 때 지하 500m 깊이에 가로 5㎞·세로 3㎞ 크기로 지어진 프랑스의 초대형 방폐장 연구시설에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며 “야당도 물밑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문제에 공감대가 적잖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