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과 비리 판치는 교육감 직선제 반드시 고쳐야
입력 2022.05.13 00:10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 설치된 입간판. [연합뉴스]
선거비 시·도지사 1.5배, 공약 경쟁 전무
국민 56.4% 무관심, 후보 누군지도 몰라
오늘이 6·1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이지만 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공약 경쟁은 전무하다시피 하고, ‘내편 네편’을 가르는 진영 논리만 판친다. 서울 등지에선 후보들이 난립해 자신으로 단일화하라며 이전투구를 일삼고 있다.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난장판 탓에 초·중·고 학생들 보기가 부끄럽다.
교육감은 막대한 인사·예산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자리다. 57만여 명의 교직원과 교육청 직원을 관할하고, 17개 시·도 교육청 예산(82조원)은 중앙정부(513조원)의 16%에 달한다(2020년). 지자체는 시장·군수까지 선거로 뽑지만 교육감은 지청·부속기관의 인사·예산권까지 모두 갖고 있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는 유독 깜깜이다. 공약은커녕 누가 후보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중앙선관위 의식조사에서 선거에 무관심하다고 답한 비율이 시·도지사에 대해선 27.7%였던 반면, 교육감은 56.4%였다. 지방선거와 따로 치른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4%에 불과했다.
형식상 정치적 중립을 외치지만 현실은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가장 저질적인 선거”(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다. 후보들은 대놓고 특정 정당 및 윤석열·문재인 등과의 연관성을 훈장처럼 내세운다. 선거의 최대 변수는 단일화 여부에 달려 있고,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 비일비재하다.
선거비용도 만만치 않아 돈 낭비란 지적도 많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는 1인당 평균 11억1000만원을 지출해 시·도지사(7억6200만원)의 1.5배나 많이 썼다. 경기도에서 낙선한 후보들조차 38억원 안팎을 지출했다고 하니 ‘돈 선거’라고 불릴 만하다
막대한 선거비용은 검은 유혹을 부른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단일화 대가로 2억원을 건네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청연 전 인천시교육감은 선거 빚을 갚으려고 4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해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이렇게 2007년 직선제 도입 후 수사·재판을 받은 교육감만 20명에 달한다.
선거는 깜깜이고, 당선 후에도 비리로 얼룩지는 교육감 제도를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 영국·독일·일본 등은 지자체의 장이나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임명한다. 미국은 14개 주가 선거로 뽑지만 애리조나 등 8곳은 정당이 직접 공천하고 캘리포니아 등 6개 주는 후보자가 소속 정당을 표방한다.
국내에서도 정당 공천·표방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 지자체장·의회 임명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온다. 무엇이 됐든 지금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며 음성화로 치닫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선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다음 선거까지 국회는 꼭 보완 입법을 통해 교육감 직선제의 병폐를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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