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43] 정확한 감정의 언어
비가 와서 소풍이 취소된 적이 있다. 친구들과 울면서 교실에서 김밥을 먹은 기억이 있다. 이날, 아이들은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울었을까. 사람들은 현상만 보고 ‘화가 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는 부당함에 대한 반응이다. 그때 우리가 느낀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실망’이었다. 이처럼 감정에 대한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선생님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을 것이다.
마크 브래킷의 책 ‘감정의 발견’에는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생 숫자가 늘자 학교가 원인을 조사하던 중 이것이 공부 ‘스트레스’가 아니라 ‘시기심’에서 비롯된 감정 때문임이 밝혀졌다. 나보다 더 똑똑한 학생들과 경쟁하며 느낀 시기심에 많은 이가 시달린 것이다. 예일대 측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학생들의 시기심 관리를 도와주는 부서를 따로 두었다.
‘질투’와 ‘시기’는 다른 감정이다. 질투는 막 태어난 둘째를 미워하는 첫째 아이처럼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이고, 시기는 내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부러워하는 마음이다. 다른 감정이므로 해법도 다르다. 감성 능력은 좋은 성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배워서 습득하는 것이다. 여러 질문에 대한 답으로 ‘괜찮아’를 선택한 우리가 그 어떤 세대보다 정신이 피폐해진 건, 감정에 대한 우리의 정서 지능이 낮기 때문이다. 힘들고 괴로울 때의 감정을 ‘스트레스’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감정을 이해하는 게 많은 현상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격언이 있다. 사람들은 직장이 아니라 나쁜 상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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