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2021.10.15

[사설] 잘 아는 척하는 엉터리 경제학, “기축통화”는 한 예일 뿐

최만섭 2022. 2. 23. 05:00

[사설] 잘 아는 척하는 엉터리 경제학, “기축통화”는 한 예일 뿐

조선일보
입력 2022.02.23 03:2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준비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基軸)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정부가 국가 부채를 더 늘려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나왔다. 원화가 달러·유로처럼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가 늘어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과장된 경제 주장을 펴는 경우는 흔히 있었다. 그런데 이 후보의 ‘원화=기축통화’ 발언은 그 차원을 넘어섰다. 정치인이 경제와 국제 현실에 대한 무지를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고 거침없이’ 주장한 희귀 사례일 것이다.

현재 국제 외환시장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는 달러와 유로뿐이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 정도가 준(準)기축통화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한국 원화는 국제 결제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20위권에도 못 든다. 중국 위안은 물론 멕시코 페소, 헝가리 포린트보다도 비중이 낮다. 그런데 어떻게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는 건가.

기축통화는 경제력이 크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나라의 패권적 군사력, 정치적 영향력, 역사적 전통과 배경, 문화적 지배력, 세계인의 선망과 호감 등이 모두 반영된 하드 파워, 소프트 파워의 총결정체다. 한국은 많이 발전했지만 ‘달러 패권국’과 같은 위치가 된다고 말한다면 그저 혹세무민하는 것일 뿐이다.

이 후보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민주당은 “전경련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전경련이 낸 자료는 원화가 IMF의 ‘특별 인출권 통화 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며 기축통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전경련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의 발언도 황당하지만 민주당 해명은 국민이 이런 문제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속이려는 것이다.

 

공상 소설과도 같은 이 후보의 ‘경제학’은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 그는“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은 국가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가 왜, 어떻게 개인에게 부채를 떠넘기나. 국가의 빚은 주로 복지 비용 때문인데 이는 전부 국민 개인에게 지원되는 돈이다. 국가 부채는 거의 모두 결국 개인에게 들어간 돈이다. 게다가 최근의 가계 부채 폭증은 문재인 정부가 만든 ‘미친 집값’ 때문에 국민이 ‘영끌’로 집을 산 탓이 크다.

이 후보는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도 문제가 없다”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음식점 총량제” “기본 주택” “기본 대출” “기본 소득” “빚 탕감” 등 실제 밀어붙였다가는 심각한 경제적 역풍을 부를 ‘이재명 경제학’을 마구 내던지듯 한다. 그러다 사실이 틀리거나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