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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 확정

최만섭 2022. 2. 4. 07:34

EU집행위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 확정

의회 통과도 확실시, 2023년 시행… EU는 원전 투자 활발해질 전망

이유진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4년), 최원영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입력 2022.02.04 03:00
 
 
 
 
 

유럽연합(EU) 집행부가 2일(현지 시각) 녹색 금융 투자 기준인 택소노미(Taxonomy·분류체계)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한 규정을 확정·발의했다. 원자력의 ‘녹색’ 분류 여부를 두고 그동안 EU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탄소 중립을 위해선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천연가스는 포함하고, 원자력은 뺀 이른 바 ‘K택소노미’를 작년 말 확정, 발표한 우리 정부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는 수정 없이 1년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EU택소노미를 계기로 격화될 원전 수출 경쟁에서 국내 원전업계는 최소 1년간 발이 묶이는 셈이다.

택소노미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목록이다. 앞으로 친환경 활동에 집중될 민간·공공부문 투자의 기준이 되고, 녹색 사업·기술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도록 물길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유럽에선 원전 관련 투자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EU가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것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U 회원국 중 전력 생산의 70%를 원자력 발전에 기대는 프랑스·폴란드·체코·핀란드 등은 원전 찬성, 독일·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덴마크 등은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메이리드 맥기니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규정안에 대해 “기후 중립으로의 힘든 전환을 위해 원자력이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지 제시한 것”이라며 “다만 녹색분류에 포함되기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규 원전이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 건축허가를 받고, 계획 및 조달된 자금이 있으며,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국가에 위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 것이다. 원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반대하는 국가들의 입장을 고려해 납득 가능한 조건을 달아 회원국 간 입장을 조율한 것이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세상 모든 에너지가 이상적일 순 없으며 각각의 장단점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EU가 유연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규정안은 EU 회원국 27국 중 20국이 반대하거나, EU 의회에서 353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는 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사실상 통과가 확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원전을 뺀 K택소노미를 1년간 가동한 뒤 수정 방향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3일 “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이유와 기술적 수준을 검토하고 우리 분류 체계에 원전 포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내부적으로 K택소노미를 언제 수정할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이번 EU의 결정으로 유럽 원전 시장이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지 않은 국내 원전 업계는 자금 조달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류체계 자체가 없으니 민간·공공부문에서 자금을 지원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정책을 정부가 펴고 있다”며 “택소노미의 목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에 투자하자는 것인데 이 두 가지 목적을 다 상실한 꼴”이라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도 늦고 원전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