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막냇동생 취급받다 본격 주류로… ‘OTT 빅뱅’의 해

최만섭 2021. 12. 28. 05:49

막냇동생 취급받다 본격 주류로… ‘OTT 빅뱅’의 해

2021 분기별 ‘성공 비결’ 살펴보니

입력 2021.12.28 03:35
 
 
 
 
 

콘텐츠·미디어 산업의 역사를 기록할 때, 2021년은 ‘OTT 빅뱅의 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고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OTT는 대세이자 주류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스스로를 다시 자리매김했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나 공중파·케이블을 장악한 TV의 막냇동생 취급받던 시절은 과거가 된 것이다.

2021 ‘OTT 빅뱅’의 해

결정적 계기는 세계를 휩쓴 ‘오징어 게임’이지만, 시기별로 나눠보면 OTT 플랫폼들은 각자 ‘시청자’가 아닌 ‘구독자’를 끌어들일 자기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승부에 사활을 걸었고 그 성공 여부가 승부를 갈랐다.

◇MZ세대 겨냥 오리지널 예능 약진

OTT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소비하는 주 이용자층은 2030세대. 연초에는 이들의 취향을 타깃 삼은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가 대세였다. 추리나 방탈출 게임 등 이 세대의 문화를 녹여 넣은 미스터리 예능 ‘여고추리반’(티빙)이 대표적이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카카오TV)처럼 코인과 주식 등 투자·재테크에 관심이 큰 세대 관심사를 고스란히 옮겨와 인기를 얻은 예능도 있었다. ‘예능은 TV’라고 생각했던 시청자의 관습도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NHN데이터가 작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조사한 결과, 이 기간 티빙이 19%, 넷플릭스가 16%, 웨이브가 11%의 앱 설치수 증가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OTT 플랫폼에서 10% 이상 앱 설치가 늘어났다.

개봉 영화 OTT행… 공존의 셈법?

2분기 넷플릭스는 제작비 약 240억원 규모인 블록버스터 SF영화 ‘승리호’의 전 세계 판권을 약 310억원에 구매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했다. 우주쓰레기 청소선의 의리 넘치는 선원들, 궁극의 대량 살상 무기인 인간형 로봇 소녀 등 흥미로운 요소가 풍성했던 작품. 공개 첫날 한국과 프랑스, 핀란드, 말레이시아 등 16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1위에 올랐다. 개봉 시기가 미뤄지며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화들이 극장 대신 OTT로 발길을 돌리면서, OTT는 개봉작을 공급받고, 제작사는 제작비 일부를 보전받는 시스템이 공식화된 것. 복제인간을 다룬 SF영화 ‘서복’(티빙) 등 OTT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등장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오징어게임’과 K 콘텐츠 대폭발

3분기가 되며 D.P.로 시작해 마이 네임, 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K콘텐츠가 연쇄 대흥행을 시작했다. 여기에 ‘유미의 세포들’(티빙)이 해외 플랫폼 유통사들을 통해 160국에 서비스되는 등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환승연애’(티빙), ‘러브&조이’(왓챠) 등 일반인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예능의 인기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4분기부터는 플랫폼별로 개성이 뚜렷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티빙은 하루의 끝을 술로 달래며 함께 살아가는 동갑내기 세 여자를 등장시킨 ‘술꾼도시 여자들’을 히트시켰고, 공중파·종편 드라마에 의존하는 인상이 강했던 OTT 플랫폼 웨이브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이 플랫폼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됐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본방을 기다리지 않고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서 소비할 수 있는 OTT 플랫폼은 이미 대세가 됐다”고 했다. 일반적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공중파 중심의 제작 환경에선 불가능했던, 분명한 세대 타깃을 가진 드라마와 예능이나 ‘킹덤’ ‘지옥’처럼 하위문화로 평가받던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는 취향 분명한 콘텐츠가 갈수록 더 주목받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라이프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