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또 ‘축포’… 호주에 1조원대 판다
터키·인도 등 이어 7번째 수출
한국이 13일 호주에 약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호주는 세계 일곱 번째 K9 수출국이며, 이번 수출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K9은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석권해왔고, 이집트·영국 등 수출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방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호주 캔버라에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과 토니 프레이저 호주 획득관리단(CASG) 청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방위산업 및 방산물자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동시에 호주 CASG는 한화디펜스와 K9 자주포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 기타 지원 장비 등을 도입하는 이번 사업에는 총 1조원가량의 예산이 편성됐다. 호주 수출 K9에는 덩치가 큰 거미라는 뜻의 ‘헌츠맨’(Huntsman)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한화디펜스는 호주에 5조원 규모의 ‘레드백’ 장갑차 수출도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은 MOU 체결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 계약이 체결된 K9 자주포 사업을 신호탄으로 호주와 전략적 방산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방, 방산, 사이버 분야를 비롯해 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K9 자주포의 호주 진출은 미국 주도의 첩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가에 대한 첫 수출이자,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주요 무기체계를 호주에 수출하는 것이다. 한화디펜스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 자주포 생산시설을 건립해 현지에서 생산 및 납품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국산 무기가 호주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은 호주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규모 전력 증강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2020년 국방전략 갱신’과 ‘2020 국방구조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호주는 2030년까지 10년간 2700억 호주달러(220여조원)의 국방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10년간 매년 22조원대 국방비를 투입하는 셈이다. 호주는 우리와 달리 가까운 곳에 북한과 같은 현존 위협이 없어 정규군 총병력이 6만명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국방비를 투자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호주는 중국 견제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신형 전차와 자주포를 비롯한 첨단무기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9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가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 6문 중 3문이 작동하지 않아 논란이 됐지만 ‘국산 무기 중 수출 1위’ 품목으로 부상하며 불명예를 씻었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 물량은 48%를 차지, 세계 최강 자주포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PzH 2000을 압도했다. K9은 2001년부터 터키와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6국에 수출돼 전 세계에서 600여 문이 운용 중이다. K9 수출 성공에는 수출국 요구에 철저히 부응하는 ‘맞춤형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국 방산 수출은 한동안 20억~30억달러 수준에서 정체 상태였다. 하지만 올 들어 UAE에서 4조원대 천궁2 요격미사일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는 것을 비롯, 이번 호주 K9 수출 성사 등을 계기로 사상 최대 규모인 60억~70억달러 이상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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