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중국인에 뺨 맞는 콩고의 눈물…친환경 전기차의 숨은 비극

최만섭 2021. 11. 14. 11:39

중국인에 뺨 맞는 콩고의 눈물…친환경 전기차의 숨은 비극

중앙일보

입력 2021.11.13 20:05

업데이트 2021.11.13 22:06

콩고의 한 광산에서 구리·코발트 등이 섞인 원석을 광부가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남부 풍구르메 광산에서 일하는 피에르는 하루 3.5달러(약 4100원)를 받고 일한다. 회사에서 지급한 점심은 작은 롤빵 두 개와 주스 한팩이 전부. 그는 적도를 관통하는 뙤약볕 아래 종일 원석을 캔다. 차세대 광물로 전세계가 필요로 하는 금속, 코발트를 얻기 위해서다.

피에르는 중국의 뤄양 몰리브덴이 80% 지분을 보유한 텐케 풍구르메 광산(TFM)에 하청 업체를 통해 고용돼 있다. 그는 “일하는 환경은 나쁘고 월급은 아주 적다”며 “아파서 하루라도 쉬면 이마저도 깎인다”고 털어놨다.

‘마치 노예와 주인 같은 고용.’ 영국 일간 가디언이 묘사한 DR콩고 광산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테슬라, 르노나 볼보 같은 세계적 자동차 회사들의 이름과는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다. 각국이 ‘깨끗한 미래 산업’으로 치켜 세우는 전기 자동차의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해 시급 30펜스(약 48원)를 받고 코발트를 캘 뿐이다.

푸른 회색빛이 도는 금속 광물 코발트는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다. 니켈ㆍ리튬 등과 함께 전략 자원으로 꼽히는 귀한 광물이다. DR콩고에서 전세계의 70%가 생산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전기 자동차 충전소에서 자동차를 충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영국의 기업활동 감시 비영리기구(NGO) ‘개발의권리와책임(RAID)’이 DR콩고 법률지원센터와 지난 7일(현지시간) 발간한 87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채굴 산업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RAID와 법률센터는 28개월에 걸쳐 DR콩고 내 5대 광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130여 명을 인터뷰 했다. 모두 가명을 쓴 현지 노동자들은 최저 시급에 미치지 못 하는 임금, 휴식 시간 없는 노동과 모욕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광산에서 콩고 근로자들은 “식민지 시대를 연상시키는” 근무 환경과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근로 감독자들에게 뺨을 맞거나, 막대기로 맞고 발로 걷어차인 사례도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 5곳 가운데 3곳은 중국 자본이 투입된 곳이었다. 몰리브덴의 풍구르메 광산과 중국 유색광업집단공사(CNMC)·콩고 국영광업회사의 합작사 소미데즈, 또다른 합작사 시코마인즈 등이다.

몰리브덴의 풍구루메 광산에서 일하는 무탐바는 “우리는 중국인들에게 아주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며 “나는 얼굴을 네 번이나 맞았다”고 말했다. 시코마인즈에서 일하는 또다른 근로자는 “중국인들은 그들의 표준과 문화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DR콩고 남부 콜웨지의 시코마인즈 구리·코발트 광산에서 인부들이 물을 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DR콩고의 코발트 광산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광물기업 몰리브덴은 최근 풍구루메 광산에 이어 키산푸의 구리ㆍ코발트 매장지의 지분 95%를 사들였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사 글렌코어가 운영하는 카모토구리회사(KCC)도 다르지 않았다. “상사가 지시하는 말을 알아 듣지 못해 뺨을 맞았다”는 증언이 있었다.

올해 들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경쟁적으로 확보에 나서면서 코발트 가격은 급등했다. 기업들은 코발트의 대체품을 찾기 위한 개발에 뛰어 들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은행은 각국이 탈탄소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코발트에 대한 수요가 2050년까지 최대 58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분석업체 블룸버그NEF 역시 전세계 전기차 수요를 올해 330만대에서 2040년 6600만대로 전망했다.

RAID의 안네케 판 부덴베르크는 “코발트 채굴이 친환경적이라는 업계 주장과 달리, 해당 산업은 값싼 노동력과 수천 명의 콩고인들의 착취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 붐이 일어도 정작 콩고 사람들은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