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촉] “친미 선언?” 文 이 시진핑과 거리두는 이유
[이동훈의 촉]
입력 2021.05.25 18:09
중국이 어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내정간섭이며,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공동성명에 우려를 표한다” “관련국들은 대만 문제에 언행을 신중히 하고 불장난하지 마라” 이렇게 밝혔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우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아쉽게 봤다”며 한미동맹을 강화한 이번 정상회담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사실 저는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나온 공동성명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동맹 미국을 버려두고 ‘줄타기 외교’, 혹은 친중을 하던 문재인 정부였습니다. 그런데 성명은 놀라울 정도로 미국 쪽에 다가서 있었습니다. 급격한 방향전환이었습니다.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대만의 침공에 대해 경계하는 말이 포함돼 있습니다. 시진핑이 대만을 흡수통일하는데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에도 동의했습니다.중국은 남중국해 도서를 점령해 군사기지를 건설해왔습니다. 2016년 상설 국제중재재판소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주장이 법적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점령을 불법으로 결정한 국제법의 편에 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입장은 애매모호했습니다. 중국 눈치를 본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입장을 분명히 한겁니다.
이 두가지, 대만 그리고 남중국해 항행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해 해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선명한 반중노선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대중 안보협의체, 중국을 견제, 포위하는 쿼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국의 쿼드 참여 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이번에 한미 미사일지침이 폐기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거리 800킬로 미터를 넘어서는 미사일을 개발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자주독립 국가로서 말도 안되는 족쇄였는데 이번에 풀렸습니다. 안보족쇄'를 풀고 ‘자주국방’을 이뤄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800킬로 미터 사거리는 우리가 북한을 타격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리입니다. 우리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렸다는 것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뜻입니다. 곧 중국을 공격하는데 사용할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의 길을 연 겁니다. 중국 지도부가 모여 있는 베이징까지 거리가 1000킬로 미터 정도입니다. 우리는 자주국방을 이뤄 좋고 미국은 중국견제를 위한 한 수를 둔 겁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입니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어찌보면 급격한 방향전환입니다. 변동의 폭이 큽니다. 미국쪽으로 급격히 기운 겁니다. 왜 그렇게 된걸까요?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간 이벤트에 정치적 운명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고 미국이 문대통령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중국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노선 수정을 받아낸 것 같다”
이번 성명에는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공동성명을 포함한 과거 북한과의 모든 합의를 기초로 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수립에 긴요하다’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이 문구를 받아내기 위해 친중 노선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는게 천영우 전 수석의 분석입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비슷한 분석을 합니다. “임기 내에 남북관계 개선 등을 이루기 위해 ‘중국에 대한 한국의 협력’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협력’을 맞바꾼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분석합니다. 북한을 얻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쇼를 한번 더 하기 위해 중국을 내줬다, 뭐 이렇게 되는 건가요?
이번 문재인 정부의 방향전환을 과거 좌파정부들이 보여온 패턴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심각한 반미를 주장하다가 국정의 경험을 쌓게 되면서 점점 그 현실을 깨닫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 결과 정권이 종료될 즈음 확실한 친미노선으로 되돌아온다는 겁니다. 노무현 정부도 처음에는 미국에 깐깐한 모습을 보였지만 나중엔 한미FTA, 한국군 파병 등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이걸 결혼에 비유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라는 결혼을 했고, 중국은 북한과 동맹이라는 결혼을 했습니다. 각자의 동맹국을 둔 한국과 중국이 안보협력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장하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 동안 한국이 ‘균형외교’라는 명분으로 중국의 환심을 사고자 했지만,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4년 정도 균형외교를 한 후에서야 문재인 정부는 깨달았습니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바람이 나서 다른 여자를 찾아간 아저씨가 4년 동안 고생만 하고 아무 것도 얻은 것 없이 본집에 돌아와서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것, 박휘락교수는 이것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이라고 했습니다. 비유가 적절해 보입니까?
미중사이에서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방향전환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까요?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보인 자세가 진심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싱가포르나 판문점 정상회담을 어떻게든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고 지킬 의지도 없이 나머지 문제들을 양보해준 것이란 시각이다. 그런지 아닌지는 머지않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이동훈의 촉’ 유튜브에서 감상하십시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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