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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약약강 경찰’... 민노총 위원장 구속영장 발부 19일째 방관

최만섭 2021. 9. 1. 04:20

‘강약약강 경찰’... 민노총 위원장 구속영장 발부 19일째 방관

[기자의 시각]

석남준 기자

입력 2021.08.31 21:17

 

 

 

 

 

18일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 관계자(오른쪽)가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영장집행을 시도, 이를 막아서는 민주노총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로 19일째다. 지난 7월 3일 서울 도심에서 8000여 명이 집결한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등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에게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후 흐른 시간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는 수감된 상태로 조사받는다. 법이 그렇고, 대다수 사람에게도 상식이다.

하지만 양 위원장에겐 아니다. 경찰 소환 조사에 세 차례 불응했던 양 위원장은 지난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여전히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내 민노총 사무실에 있다. 그곳에서 올 10월 110만명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따금 기자간담회를 하고, 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의사봉을 두드린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도 양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한 번 만나러는 갔다. 양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연 지난 18일 경향신문 사옥 앞까지 갔다가 20분 만에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그러곤 8월의 마지막 날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영장 집행을 하긴 할 거라는 게 경찰 수뇌부들의 입장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고 모든 국민은 거기에 응해야 하는데 (양 위원장이) 응하지 않아 유감스럽다”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최 청장의 발언 일주일 전에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속하게 집행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 경우만 보면 경찰은 무력하다. 늘 그런 건 아니다. 경찰은 지난 7월 14일 밤 코로나 장기화로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이 1인 차량 시위를 하려고 했을 때 서울 도심에 검문소 25개를 설치해 원천 봉쇄했다. 시민단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광복절 집회 때도 과잉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경 대응했다. 경찰 버스 543대로 차벽을 치고 경찰 1만1000여 명을 동원했다. 서울 도심 인도에 철제 펜스가 설치됐고, 오가는 시민들의 가방 속 소지품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제 서울 광화문 인근에 경찰의 철제 펜스를 보는 건 주말의 일상이 됐다.

강약약강(强弱弱强). 얼핏 사자성어처럼 보이지만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하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경찰의 임무는 ‘강약약강’ 하는 이들을 붙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라고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합법적인 힘을 받았다. 하지만 양 위원장 사건을 보면 경찰이 오히려 강약약강이 된 모습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청 홈페이지 인사말에 ‘가장 안전한 나라,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금처럼 강약약강의 경찰이라면 그 목표는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

 

석남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