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백신 접종 입국자들 “인력·시간 낭비, 하루빨리 자가격리 면제해야”
입력 2021.05.17 18:32
인도 첸나이국제공항을 출발해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인도 교민들이 1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 승인을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대해서는 입국 후 자가격리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서 승인된 백신과 함께 WHO에서 긴급 사용승인을 한 백신까지 (자가격리 면제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까지 WHO의 긴급사용 승인 허가를 받은 백신은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영국)·얀센·세럼연구소(인도)·시노팜(중국) 등 총 6종이다. WHO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중국 제약사가 개발한 시노백 백신도 긴급 승인할 전망이어서 긴급 승인 백신은 7종으로 늘어난다.
한국 정부가 이 백신의 접종자들이 입국할 때 14일 자가격리를 면제하게 되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해당 국가 백신을 맞은 접종자들은 자가격리 없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올해 여름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의무격리 조치가 면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동안 한국과 교류가 많은 국가의 기업인·사업가·재외동포들 사이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컸다. 백신 접종자 수가 늘어나면서 방역 당국은 최근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접종 완료자)은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의심 증상이 없으면 자가격리를 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해외 백신 접종자는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런 조치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해외 입국자가 무증상에, 음성 확인서까지 있는데 의무 자가격리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인력낭비, 자원낭비라는 글이 올라왔다. 750만 해외 동포들이 사업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자가격리를 하는 것은 큰 제약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 청원글에는 이날 오후 현재 약 2만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 청원심사소위에도 ‘미국 한인 상공인 및 동포 입국 시 2주 의무격리 조치 조건부 면제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국민의 힘 재외동포위원장인 김석기 의원은 통화에서 “750만 재외동포는 생업 및 가족 관계 등 삶의 많은 부분에서 모국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와 자유로운 출입국이 절실하다”고 했다. 재미동포 A씨는 “한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2주 자가격리 해제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청이 지금 당장 백신 접종을 마친 해외 입국자에 대한 의무 자가격리 면제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그동안 “해외 접종은 접종 증명을 검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방역 당국은 국가 간 백신 예방 접종 증명 등 상호 인증 절차를 고민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해외에서 예방 접종을 마친 사람에 해외 당국이 발행한 증명서 진위 확인·검증 방법이 마련될 것이고, 그러면 국가 간 협약이나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된 국가부터 순차적으로 조정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백신 여권’ 등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 이 지점이다.
백신 접종 증명서의 위·변조 가능성, 진위 판독 여부도 관건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든 국가가 고민하는 것은 예방접종증명서의 진위 여부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이라며 “국가별로 자가격리 면제 범위, 접종 증명서 확인 절차 등을 확인하고 외교부를 중심으로 국가 별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과도 상호 인증 절차, 방법론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은 미국령 안에서 여행할 때 진단 검사나 자가격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예방 접종 완료자는 국제선 항공편으로 미국으로 입국하는 경우 자가격리 없이 곧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음성 진단 확인서를 제출하고 닷새 안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는 조건부 해제를 검토할 시점에 도달했다”라며 “위험요소들은 코로나19 확진 검사, 항체 검사, 백신 접종 확인서 등을 통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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