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바이든, 與野 지도부와 함께 미사… 첫날부터 ‘통합’ 발걸음

최만섭 2021. 1. 22. 05:13

바이든, 與野 지도부와 함께 미사… 첫날부터 ‘통합’ 발걸음

[바이든 시대 개막] 워싱턴 입성 첫날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입력 2021.01.21 03:26

 

 

 

 

 

정치 고향 델라웨어 떠나며 눈물 ‘글썽’ -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 시각)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DC로 떠나기에 앞서 연고지인 델라웨어주의 뉴캐슬카운티에서 고별 연설 뒤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그는 먼저 세상을 뜬 장남 보 바이든을 언급하며 “지금 유일하게 애석한 것은 그가 여기에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왼쪽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일인 20일 아침(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한 블록쯤 떨어진 세인트 매슈 성당(St. Matthew’s Cathedral)을 찾아 미사를 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 성당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치러진 곳이다.

이 자리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뿐 아니라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도 동행했다. 이들이 함께 기도하는 것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극심한 국론 분열을 극복하겠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준비하는 군악대 /EPA 연합뉴스

보통 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 앞 ‘대통령의 교회’라고 불리는 세인트 존스 교회에서 첫 예배를 보며 취임 일정을 시작하지만, 바이든은 가톨릭 신자라 성당을 택했다. 전날 이 성당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 클레어씨는 “주변을 봐라. 이렇게 군인들이 워싱턴에 깔려있는 게 정상이냐”며 “트럼프 시대가 끝나 이제야 안심이 된다”고 했다.

바이든은 미사를 마친 뒤 의회로 이동했다. 이후 집안의 가보로 1893년부터 전해져왔다는 두꺼운 성경책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46대 미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취임식이 열린 이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사실상 섬처럼 변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워싱턴 시내 중심부로 이어지는 주요 다리는 모두 폐쇄됐고, 주요 고속도로도 통제됐다. 워싱턴 시내 13개 지하철역도 폐쇄됐고, 미국 방송사들은 전날 밤부터 워싱턴 경호를 위해 중무장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몰려드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취임식 당일 워싱턴에 투입된 주 방위군은 2만5000명으로 과거 취임식 병력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백악관과 의사당 주변에 3중, 4중의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이 둘러진 철제 펜스도 쳐졌다.

 

19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미 의회 주변에 배치된 주방위군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을 군 병력이 둘러쌌지만 백악관 앞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광장은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별다른 제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광장은 지난해 미국을 휩쓴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상징 같은 곳이다. 워싱턴 시내 전역이 통제됐지만, 이곳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전날 낮 이 광장에선 흑인들과 시민 운동가들이 재즈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한 여성은 ‘트럼프를 체포하라’ ‘백인 우월주의는 테러리즘’이란 피켓을 들고 부채춤을 추듯 몸을 흔들었다. 이 여성은 “트럼프를 감옥으로”라고 외치기도 했다. 바이든이 취임식 전날 도착해 하룻밤을 머문 백악관 앞 ‘블레어 하우스’ 주변의 철제 펜스는 누군가 꽃으로 장식해 놓기도 했다.

바이든은 전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를 떠나기 전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이지만 열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델라웨어로 이사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는 전날 델라웨어주 고별 연설에서 “지금이 어두운 시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언제나 빛은 있다”고 했다. 그는 2015년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 얘기를 하며 울먹였다. 바이든은 열차로 워싱턴까지 이동하려 했지만, 보안 우려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는 워싱턴에 도착해선 가장 먼저 코로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워싱턴DC 시내 거대한 공원인 내셔널몰에 있는 링컨기념관으로 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치유하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기억하는 것이 때로는 힘들지만 우리가 치유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날 링컨기념관 앞에는 미국의 코로나 누적 사망자 40만명을 추모하는 조명 400개가 설치돼 주위를 밝혔다. 워싱턴DC 성당에서는 미국인 희생자를 애도하는 종이 400차례 울려 퍼졌다.

#바이든취임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