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권력 2·3위… 캘리포니아 센 언니들이 호령한다
해리스 부통령·펠로시 하원의장, 정치 변방 캘리포니아 출신 떠올라
전통적인 동부 정치인들과 달리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스타일
“우리州가 바이든 싱크탱크 될 것” 지역 언론들 환호·기대감 표명
입력 2021.01.20 03:00
“헬로 캘리포니아” - 20일(현지 시각) 제49대 미국 부통령에 취임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하고 있다(왼쪽 사진). 해리스는 취임식을 앞두고 18일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직을 사임했다. 오른쪽 사진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020년 9월 24일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펠로시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이다. /AP·AFP 연합뉴스
20일(현지 시각) 제49대 미국 부통령에 취임하는 카멀라 해리스는 취임식을 앞두고 18일 캘리포니아 지역구의 연방상원의원직을 사임했다. 그는 상원의원직 사임에 맞춰 지역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기고한 글에서 “이건 캘리포니아에 대한 굿바이(good-bye)가 아니라 헬로(hello)”라고 했다.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대 중앙으로 끌어내겠다는 뜻이다.
해리스는 미국의 첫 여성, 첫 유색인종 부통령이다. 이에 더해 ‘정치 변방(邊方)’에 가까웠던 캘리포니아 출신으로서도 희귀한 대통령급 인사라고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 역대 정·부통령을 통틀어 캘리포니아 출신은 리처드 닉슨(공화당) 전 대통령 한 명뿐이었다. 민주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출신 부통령 이상 인물은 해리스가 처음이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모습. 대중 유세 시 쇼맨십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leekm@yna.co.kr/2021-01-04 09:40:54/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또 민주당을 이끌어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캘리포니아 출신이어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다음가는 미 권력 서열 2위(부통령)와 3위(하원의장)를 모두 캘리포니아 출신이 차지하는 전례없는 구도가 펼쳐지게 된다. 여기에 권력 서열 5위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 후보자는 UC버클리대 교수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지냈다. 이 외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출신인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캘리포니아 출신인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 등이 새 정부의 ‘캘리포니아 인맥’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최대 주(州)로, 미국의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는 실리콘밸리와 대중문화 요새인 헐리우드를 품고 있지만 중앙 정치권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원래 멕시코령으로 1850년 뒤늦게 미 연방에 편입된 데다, 진보 성향이 강해 분리독립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정권 시절엔 연방 정부와 사사건건 부딪혀 ‘버려진 주’처럼 여겨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이 끝나자마자 연설문을 박박 찢어버리는 모습. 거침없고 저돌적인 '캘리포니아 정치인'의 대표적인 예라는 말이 나왔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최대 주(州)로, 미국의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는 실리콘밸리와 대중문화 요새인 헐리우드를 품고 있지만 중앙 정치권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원래 멕시코령으로 1850년 뒤늦게 미 연방에 편입된 데다, 진보 성향이 강해 분리독립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정권 시절엔 연방 정부와 사사건건 부딪혀 ‘버려진 주’처럼 여겨졌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정치인이 ‘전국구'로 크는 데는 걸림돌이 많았다. 캘리포니아 출신은 상류 사교계와 정치 명문가에 뿌리를 둔 워싱턴·뉴욕 등 동부의 전통적 정계와는 문법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격식을 따지기보다는 거침없고 직설적이며 저돌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당시 바로 뒤에서 연설문을 찢어버린 게 대표적인 ‘캘리포니아 정치인 스타일’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미 역사상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될 재닛 엘런 재무장관 후보자는 뉴욕에서 출생해 자랐지만, UC버클리대 교수와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캘리포니아 인맥'으로 꼽힌다. 옐런의 남편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진보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도 UC버클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해리스 부통령 역시 워싱턴 정계에선 드물게 ‘튀는' 면모를 보여왔다. 그는 초선 상원의원이면서도 법사위에서 대법관 후보 등을 검사가 취조하듯 몰아붙여 청문회 스타로 떴다. 정치적 쇼맨십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선 경선 TV 토론에서 선두 주자인 바이든을 향해 “당신이 캘리포니아의 흑백 학군 통합 정책에 반대해 상처받은 작은 소녀가 바로 나”라는 발언으로 바이든의 말문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미 정계 안팎에선 팔순을 앞둔 바이든의 2024년 재선 도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56세인 해리스가 차기 주자로 주목을 받는 ‘실세 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원 의석을 민주·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게 돼, 해리스가 캐스팅보트(가부 동수일 때 부통령이 가지는 결정권)를 쥐며 정국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리스는 18일 “건국 이래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사례는 268건이었다. 나 역시 부통령으로서 헌법적 의무를 다할 것”이라면서 “내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보단 상원이 공통의 지대를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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