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안 가결… 의회는 ‘軍막사’ 됐다
美하원 두번째… 232:197로 통과
입력 2021.01.15 03:25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 13일(현지 시각) 미 의사당 내부까지 대규모 미군이 배치됐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3일(현지 시각) 연방 하원에서 가결됐다. 미 역사상 대통령 임기 중 탄핵안이 하원에서 두 번 통과된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하원은 이날 트럼프에게 지난 6일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 책임을 물어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다. 찬성 232명, 반대 197명으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민주당 의원 22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10명이 동참했다.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을 때 공화당 의원들은 전원이 반대했었다.
트럼프의 최종 탄핵 여부는 상원에 달려있다. 상원이 탄핵 심리와 최종 표결을 맡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일인 20일 전에 결론을 내자는 입장이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는 19일 상원을 소집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취임 후 본격적인 탄핵안 심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의사당 대리석 바닥서 쪽잠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실시된 13일(현지 시각) 시위대 난입 등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주에서 파견된 주방위군 장병들이 국회의사당 대리석 바닥에 누워 쪽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탄핵안은 하원에선 과반수만 찬성하면 되지만, 상원에선 100석의 3분의 2 이상인 67명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이 각 50명으로 동수다. 공화당 내에서 17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은 경우는 없었다.
하원의 탄핵 투표가 이뤄진 이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풍경은 마치 권위주의 국가 같았다. 백악관과 미 의회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엔 2중·3중 콘크리트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경찰과 군인들이 합동 검문을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와 테러에 대비해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높인 것이다.
탄핵 투표가 실시된 미 의회 주변은 거대한 요새처럼 변했다. 의회 주변을 철제 펜스로 완전히 둘러 모든 도로를 차단했고, 그 안에선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의회를 지켰다. 의회로 군 수송 트럭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했다. 외부 테러 세력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 촉발한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군이 동원된 것이다. 전례 없는 일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의회에 배치된 사람들은 모두 주 방위군 옷을 입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연방수사국(FBI)과 육·해·공군의 최정예 특수 요원들”이라고 했다. 이날 미 언론들은 의회에 배치된 군인들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완전 무장한 군인 수백 명이 의사당 내에서 앉거나 누워 잠을 자기도 했다. 워싱턴 시민 더글러스씨는 기자에게 “워싱턴에서 40년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이게 모두 트럼프가 만든 이상한 세상”이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 탄핵 절차
이는 베네수엘라 의회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베네수엘라에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서로 자신이 적법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현재 군병력이 의회 주변에 배치돼 있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미국)가 (전 세계의) 모델이었던 역사적 순간이 끝났다”고 했다.
이날 워싱턴DC 시 당국은 오는 20일 바이든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에 주둔하는 주 방위군 병력을 현재 1만5000명보다 5000명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미군 병력(약 4500명)의 약 5배가 미국 수도로 몰려드는 것이다.
워싱턴DC 시내의 상가들도 탄핵과 취임식을 전후한 소요 사태를 우려해 합판으로 출입구를 막은 다음 주변을 철제 펜스로 둘러싸기도 했다. 미 FBI는 16일부터 바이든 취임식 날인 20일까지 미 전역의 50주 주도(州都)에서 무장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CNN이 전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나는 어떤 종류의 폭력이나 위법 행위, 공공기물 파손이 있어선 안 된다고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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