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병상 짓는데… 文 “터널 끝 보인다”
하루확진 686명 ‘역대 두번째’… 수도권도 첫 500명대
입력 2020.12.10 03:00
9일 오후 1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본관 옆 공터. 학교 운동장만 한 부지에 새하얀 컨테이너 12개가 3열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인부들은 컨테이너 안에서 전선을 잇거나 창틀에 실리콘 마감을 하는 등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9일 서울의료원 유휴 공간에 컨테이너형 치료 공간이 설치되고 있다. 코로나19 병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15일까지 시립병원 유휴 공간에 치료 공간 150개를 마련할 계획이다. 컨테이너형 치료 공간은 서울의료원 48개를 시작으로 서울의료원 분원, 서북병원 등 시립병원 3곳에 설치된다. 이태경 기자 2020.12.9
이 컨테이너는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 우려가 커지자 지난 7일부터 서울시가 짓고 있는 임시 컨테이너 병동이다. 서울시는 오는 20일까지 서울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분원, 서북병원 등 시립 병원 3곳에 이 같은 컨테이너 병동을 마련해 병실 150개를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 2월 말 신천지발(發) 확진자가 쏟아진 대구에 설치됐던 컨테이너 병원이 10개월여 만에 재등장한 것은 코로나 확산세로 병상 부족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9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686명이다. 지난 2월 28일(909명) 이후 최대치이다. 특히 수도권 확진자 수는 524명으로, 처음으로 500명을 넘었다.
K방역의 핵심인 병상이나 의료 인력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8일 기준 전국의 입원 가능한 중환자 병상은 43개로, 2주 전(110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수도권 병상은 같은 기간 46개에서 12개로 줄었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하루 이상 집에서 대기하는 확진자가 8일에만 서울에서 125명이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코로나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 화상회의에서 “코로나 백신은 내년 2~3월이면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 이전에 치료제부터 먼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역량을 믿고,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 바란다”며 “코로나의 긴 터널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터널의 끝’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언급했다.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는데, 재정 부담이 추가돼도 물량을 추가 확보하도록 노력해 달라”고도 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국민 불안이 커지자 직접 백신·치료제 수급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바닥 보이는 병상… 수도권 확진 524명중 407명이 자택대기
8일 코로나 국내 신규 확진자는 686명으로 지난 2월 28일(909명) 이후 9개월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수도권에서만 524명의 국내 감염 환자가 쏟아지며 역대 가장 많은 하루 확진자를 기록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서울과 경기에서는 확진자 407명(서울 125명, 경기 282명)이 8일 확진되고도 자택에서 생활치료센터와 병원 입소를 기다려야 했다. 방역 당국은 9일 서울에서 50대와 70대가 사후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죽고 나서야 코로나 때문이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대구 신천지 사태 때나 있었던 일로, 코로나가 일상생활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가 등장한 것이다.
무료급식 중단… 스산한 탑골공원 - 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평소 무료 급식 이용자들이 이용하던 의자가 놓여있다. 탑골공원에선 평소 무료 급식이 이뤄졌지만 코로나 확산에 따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향으로 인근 무료 급식 시설들의 운영이 중단됐다. 탑골공원 입구 역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 3차 유행이 확대일로인 상황에서 그동안 ‘K방역’이란 자부심을 가졌던 국내 방역 시스템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3단계로 환자 수를 줄이고, 전시(戰時) 야전병원처럼 체육관 등에 코로나 임시 병원을 만드는 평상시에 동원하지 못하는 최후 수단들을 모두 동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역량을 믿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시기 바란다”며 “코로나의 긴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일주일 뒤면 확보 병상 포화 우려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고 코로나 중환자도 하루 만에 15명 늘어나 149명이 되면서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수도권 코로나 중증 환자가 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12개만 남았다. 이미 대전, 충남, 전남은 중환자 병상이 한 개도 남지 않았다. 부산·울산에서는 병상 확보가 안 돼 대구·경북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에 생활치료센터 1954실, 감염병 전담 병원 1714개 병상, 코로나 중환자 병상 43개가 남아 있다. 현재처럼 확진자가 하루 600명씩 쏟아지면 일주일도 안 돼 병상이 모자랄 상황이다. 정부는 뒤늦게 병상 확보에 나섰다. 복지부는 9일 “이번 주중에 생활치료센터 3개소를 추가 개소해 570명을 더 수용하고, 연말까지 중증 환자 치료 병상도 현재 175개에서 331개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했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당분간 500~600명대 확진자가 계속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331개 병상을 확보하면 의료 체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 확보 쉽지 않아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복지부는 대형병원과 협의해 추가 중환자 병상을 확보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학병원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가 아닌 다른 중증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를 무작정 내보내고 코로나 환자를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대통령이 병상 확보를 하라고 한들 입원한 비(非)코로나 중환자를 내보낼 수는 없다. 내보내면 이들은 어느 병원으로 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마련하고 있는 컨테이너 병동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설비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내부에 샤워 시설이나 화장실 등을 마련하기 어려워 외부에 이동형 샤워실과 화장실을 설치해 환자 3명이 번갈아가며 쓰게 했다. 한 보건 전문가는 “환자들이 이를 공용으로 사용하다 교차 감염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의료진 인력난, 번아웃도 심각
의료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병상은 예산을 확보해 추가로 지을 수 있지만,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료진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10월 복지부 차관까지 참석한 가운데 중환자 병상 30개를 추가 확보했다고 홍보했지만 의료진이 부족해 이달 들어서야 병상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중환자 간호 인력을 400명 더 양성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까지 62명만 교육을 수료한 상태다.
의료진의 번아웃(소진) 현상도 문제다. 11월 들어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의료진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의료진 모두 지쳐 말할 기운도 없는 ‘좀비’ 상태”라며 “‘힘들지'라고 말 걸면 바로 눈물이 터지는 간호사도 많다”고 했다.
안준용 기자
2009~ 사회부, 2013~2014 도쿄 주재, 2015~2017 경제부, 2018~ 정치부
양승주 기자
사회정책부 보건복지팀입니다. 많이 듣고 많이 쓰겠습니다.
양지호 기자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를 거쳤습니다. 현재는 사회정책부에서 COVID-19 관련 이슈를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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