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바이든식 파격 인사… ‘백악관 입’ 모두 여성

최만섭 2020. 12. 1. 05:23

바이든식 파격 인사… ‘백악관 입’ 모두 여성

공보팀 고위직 7명 여성으로 채워… 흑인·라틴계·동성애자 섞여있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0.12.01 03: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9일(현지 시각) 백악관 공보팀의 고위직 7명 인선을 발표했다. 7명 모두 여성이다. 이 중 3명은 흑인이고 1명은 라틴계이며, 2명은 동성애자다.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워싱턴에서 못 봤던 다양한 리더십을 만들려는 바이든의 결심을 보여준다”면서도 “여성들이 바이든 승리에 기여한 사실을 반영한 결정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의 입'은 공보 베테랑 젠 사키 -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대변인으로 지명한 젠 사키가 국무부 대변인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7월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도 지낸 공보 베테랑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백악관 공보직 고위급을 모두 여성으로 채웠다. /AFP 연합뉴스

바이든은 성명을 통해 “여성으로만 구성된 백악관 공보팀을 최초로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는 “바이든은 오랫동안 미국 여성들을 지지해 왔으며 오늘의 발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케일리 매카내니 현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 백악관 공보팀 고위직에도 (나를 포함해) 여성들이 있다”며 “가짜 뉴스”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백악관 부대변인, 부통령 대변인 등이 남성이란 점이 다르다.

‘바이든 백악관의 얼굴'이 될 젠 사키(41)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 공보국장과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베테랑’이다. 바이든 당선 이후 ‘첫 흑인 여성 백악관 대변인'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백인이자 경험 많은 사키를 고른 것은 ‘파격'보다 ‘안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대신 바이든은 ‘첫 흑인 여성 대변인' 후보였던 카린 장피에르(43)와 시몬 샌더스(30)를 각각 백악관 수석부대변인과 부통령 수석대변인으로 지명했다.

바이든의 백악관 공보팀

동성애자'인 장피에르가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에 지명되자, 미국의 성소수자 단체들은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의 새로운 역사”라며 기뻐하고 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난 그는 아이티인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주한 이민자 출신이다. 뉴욕 퀸스에 정착한 그의 부모는 생계를 위해 일주일에 6~7일을 일해야 했다. 아버지는 택시기사, 어머니는 보모로 일했다. 부모가 일을 나가면 어린 장피에르는 여덟 살과 열 살 차이 나는 두 동생을 돌봐야 했다고 한다. 맏이로서 강한 책임감을 느꼈던 그는 이후 명문 컬럼비아대에 입학했다.

 

자랑스러운 딸이었지만, 그가 동성애자란 사실은 ‘가족의 비밀'이었다고 한다. 장피에르는 과거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란 정체성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08년 오바마의 대선 캠프를 통해 정치 활동에 뛰어들었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지역정치국장을 지냈다. 이번 대선에서는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 다른 ‘흑인 여성 대변인' 후보였던 시몬 샌더스 지명자는 2016년 대선 경선 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당시 26세로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 대변인으로는 ‘최연소’였다. 이번 대선엔 바이든 캠프의 선임고문으로 합류했는데, 지난 3월 바이든이 로스앤젤레스 유세를 하던 도중 여성 시위대가 난입하자 번개처럼 몸을 던져 이들을 무대 아래로 쫓아내는 장면으로 유명해졌다.

 

바이든이 이날 백악관 공보부국장에 지명한 필리 토바(33)도 동성애자로 ‘동성 결혼'을 했다. 바이든 인수위가 발표한 보도자료엔 토바가 “아내, 딸과 함께 워싱턴 DC에 살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과테말라에서 자란 ‘라티노 이민자' 출신인 점도 장피에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백악관의 대언론 전략 전반을 책임질 케이트 베딩필드(38) 백악관 공보국장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의 공보국장과 백악관 미디어 담당 부국장을 지내 워싱턴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엘리자베스 알렉산더(41) 영부인 공보국장은 바이든이 상원의원이었던 시절부터 공보국장으로 그를 보좌했고, 오바마 행정부 때는 부통령 대변인을 지냈다.

 

애슐리 에티엔(42) 부통령 공보국장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공보국장 겸 선임고문을 지냈는데, 유색인종 여성이 하원의장 공보국장을 지낸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에티엔도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오바마 사단'의 일원이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