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5·18, 6월항쟁, 부마항쟁… 통합당 정강정책, 중도·진보 다 담았다

임시정부, 5·18, 6월항쟁, 부마항쟁… 통합당 정강정책, 중도·진보 다 담았다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입력 2020.07.21 03:00

공정·정의·노동자권리·양성평등… 여당의 핵심 가치도 대거 수용

미래통합당이 새 정강정책에 처음으로 산업화·민주화 정신 모두를 명시하기로 했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통성을 이어받겠다면서 역사관(觀)도 새롭게 정비했다. 기존의 정강정책에서 '시장경제' 표현을 빼고 공정한 시장질서, 양극화 해소, 경제민주화 등을 추가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여당에서 이탈한 지지자까지 결집하기 위한 대선용 진지 구축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무심코 보고 더불어민주당인줄… - 김종인(가운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 16일 MBC '100분 토론'을 통해 논란이 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발언을 배경 현수막에 인쇄해 걸었다. /남강호 기자

 

통합당 김병민 정강정책특별위원장은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을 주제로 한 새 정강정책 초안을 공개했다. 기존의 정강 첫 문장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킨다'를 '통합당은 모두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이다'로 바꿨다. 김 위원장은 "'모두'는 국민통합을 의미하며 '내일'은 대한민국의 미래 변화를 선도하는 유능한 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통합당은 "우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고,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난(國難) 극복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도 적시했다. 그간 정치권에서 벌어진 건국 시점 관련 역사 논쟁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산업화·민주화 정신을 동시에 명시하면서 '국민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조국 근대화 정신'과 현대사의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대목에서다. 통합당은 5·18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6·10 항쟁, 부마항쟁 등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담긴 민주화운동 모두를 전문에 담았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정강정책에서 열거한 민주화운동 사례보다 더 많다.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에는 그간 민주당이 핵심 가치로 삼았던 노동자 권리, 경제민주화, 양성평등 등의 개념도 가져왔다. 통합당은 이날 회의실 배경으로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방송 토론회 직후 논란 발언을 그대로 실어 부동산 정책 난맥상을 비판한 것이다.

통합당은 당명·당색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김병민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개정된 새 당명이 나오면 그에 맞춰서 정강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며 "올여름 내에 근본적인 변화를 완성한 뒤 '모두의 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실용주의 정당으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이 참패한 4·15 총선 결과를 두고 주류(主流)가 교체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는 실질적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실제 통합당은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 정책 연대에 나서면서 물밑에서 통합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대선 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통합당 초선 모임 특강에서 "'찐(진짜) 친문' 빼고는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광폭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2년 대선에서 기존의 인사들만으로는 국민적 관심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외부에서 거론되는 대선 주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당 의 비전이 담긴 정강정책, 당명·당색 개편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대선주자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6~10개월에 이르는 '국민 경선제'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고위당직자는 "당 자체적 대선 후보 외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을 아우를 만한 공통적인 가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1/20200721002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