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소개팅에 레깅스 입고 가도 되나요?

최만섭 2020. 7. 4. 08:17

소개팅에 레깅스 입고 가도 되나요?

조선일보

남정미 기자20.07.04 03:00

[아무튼, 주말]
2020 대한민국 레깅스의 나라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인왕산 등산로 입구. 20대 여성 3명이 레깅스를 입고 산에 오르는 중이었다. 이날 산에 오른 젊은 층 대다수가 비슷한 차림이었다. 하의를 덮는 긴 반소매 티나 짧은 상의에 레깅스를 입었다. 남성의 경우 레깅스에 반바지를 겹쳐 입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인근 한강공원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색색의 레깅스를 입고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이제 서울 도심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레깅스 입은 사람 한두 명쯤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처럼 레깅스가 대접받는 시절이 있었을까. 물론 레깅스는 전부터 쫄쫄이, 요가복 등 여러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요가학원과 헬스장을 넘어 조깅·등산, 식당·커피숍 등 일상생활 공간으로까지 파고든다. 직장인 대상 커뮤니티, 패션 커뮤니티 단골 소재도 레깅스. '회사에 레깅스 입고 출근하는 직원 괜찮나요'와 같은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2018년 10월 우리보다 몇 년 앞서 미국에서 레깅스가 유행했을 때,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제목의 기사를 썼다. '미국은 어떻게 요가 바지의 나라가 됐나.' 2020년 7월, 대한민국도 같은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레깅스의 '일상 침투'.

 

 

어떻게 레깅스의 나라가 됐나

레깅스(leggings)는 발부분이 없는 타이츠 모양 하의다. 가볍고 신축성이 뛰어난 원단으로 만들어진다. 20세기 미국 패션을 연구하는 네바다대학교 데어드레 클레멘테 교수는 "레깅스는 무용 패션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발레리나 혹은 발레리노의 복장을 떠올리면 쉽다"고 했다. 이후 1980년대 합성 섬유 기술 발달과 에어로빅 열풍이 맞물리면서, 레깅스는 에어로빅 복장으로 사랑받았다. 2000년대 초 요가가 유행하면서 레깅스는 다시 '요가복'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 무렵 등장한 '요가복의 샤넬' 룰루레몬은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요가복을 만들었다. 바짓가랑이 부분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천을 덧대 여성의 몸매를 덜 부각시키고, 탄성은 더욱 좋게 만든 것. 이때부터 여성들이 요가를 마친 후에도 일상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요가복을 입은 채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다수설이다.

뉴욕 상류층의 삶을 기록한 책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는 "2000년대 중반 룰루레몬은 뉴욕 상류층 여성들의 공식 운동 의상이자, 어린이집 등·하원 유니폼이었다"며 "처음엔 충격적인 노출증으로 보였지만 금세 대수롭지 않은 광경이 됐다"고 썼다.

성신여대 이향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레깅스 패션은 이를 소화하는 사람이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필라테스나 요가를 하고, 운동복으로 룰루레몬을 사 입을 정도의 생활수준이라는 걸 단번에 보여주는 수단 중의 하나였다"며 "이 문화가 할리우드 스타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까지 퍼져 나갔다"고 했다.

한국에선 2013년 연예인 클라라가 짧은 상의에 레깅스만 입고 잠실 야구장에서 시구한 장면을 기억하는 대중이 많다. 당시엔 '19금 시구' '적절치 않은 복장'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레깅스만 단독으로 입을 수 있다는 실천 사례로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다. 이 교수는 "패션은 남에게 잘 보이고, 매력을 어필하는 중요한 도구"라며 "내가 패셔너블하다는 걸 강조하는 수단 중 하나에 '건강함'이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클라라 이후 많은 연예인이 레깅스를 입고 시구하거나, 공항 출국장 등에 레깅스를 입고 나왔고, 일반인 중에서도 이를 따라 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2015년 요가 강사였던 신애련(28) 대표가 창업한 '안다르'는 이런 분위기를 정확하게 읽었다. 안다르는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레깅스를 강조하며, 신 대표가 레깅스만 입고 출근하는 모습 등을 광고로 내보냈다. 가격은 룰루레몬의 4분의 1 수준. 안다르는 설립 첫해 매출 9억원을 기록하고, 지난해 연 매출 8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레깅스를 입는 남성도 늘어나는 추세. 룰루레몬은 2023년 말까지 남성복 진용을 2배 확장하겠다고 밝혔으며, 안다르는 올해 처음 남성용 레깅스 판매를 시작했다.

 

안다르 신애련 대표가 레깅스를 입고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 안다르는 일상에서도 레깅스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광고를 제작했다./안다르

 

레깅스 입고 갈 수 있는 곳은 어디까지

그렇다면 레깅스의 침투를 허용할 수 있는 곳은 어디까지일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20~50대 남녀 4011명에게 '레깅스를 입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를 물었다. 가장 많은 응답자(50.6%·복수응답 가능)가 '야외 운동(조깅·등산)'을 꼽았다. 그다음이 '헬스장'(42.9%)이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이정민(28)씨는 "요즘엔 헬스 할 때 개인 트레이너 선생님이 '꼭 레깅스를 입으라'고 한다"며 "근육 운동 등을 할 때 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몸매 변화도 잘 드러나서 좋다"고 했다.

응답자 10명 중 3명(33.9%) 이상은 영화관, 커피숍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도 레깅스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박선애(26)씨는 "신축성이 좋고 가볍기 때문에 집 근처에서 움직일 때는 레깅스를 주로 입는다"고 했으며,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윤모(32)씨는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주로 레깅스를 입는다"고 했다. 실제로 레깅스를 입는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은 '편하다'(47.2%)는 것. 그다음이 '운동에 도움이 돼서'(26.5%), '레깅스 패션이 예쁘고 멋있어서'(11.5%), '몸매에 자신이 있어서'(9.8%) 순이었다. 직장인 한성은(26)씨는 "레깅스는 다리 라인을 잡아줘서 다리가 얇고 길어 보이며, 몸매가 예뻐 보인다"며 "그로 인해 자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 짧은 상의와 함께 레깅스를 입는다"고 했다.

그러나 레깅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직장(8.3%)이나 소개팅(3.2%)에서 레깅스를 입을 수 있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남자 직장인 이모(33)씨는 "운동을 할 때는 상관없지만, 일상생활이나 직장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는 건 남녀 상관없이 민폐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패션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상대를 민망하게 하는 건 이기적인 일"이라고 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남성 김모(38)씨는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무슨 옷을 입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TPO 따져야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3/20200703030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