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자

[朝鮮칼럼 The Column] 외국인의 시각: 한일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

최만섭 2020. 6. 9. 20:14

[朝鮮칼럼 The Column] 외국인의 시각: 한일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

조선일보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한국, 한국인' 저자

 

마이클 브린

 

입력 2020.06.09 03:20

 

마이클 브린 前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한국, 한국인' 저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안부 단체 성금 유용 의혹은 한국에선 일본과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왜 그토록 어려울까 되묻게 된다. 역사적 정의를 추구하는 운동가는 그 스스로가 오히려 문제 해결의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닐까? 확실한 건 지난 2015년 한국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합의에 도달했을 때 운동가들은 이에 고무되기보다는 경계했다. 이는 합의문이 결점투성이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20여 년간 그들의 인생에 깊은 의미를 주고, 윤미향 사례에서 보듯 생계를 제공해왔던 어떤 것이 끝날 수 있음을 봤기 때문일까? 진실은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할 수 없는 훨씬 복잡한 일일 것이다. 나는 도덕적 집단인 운동가들이 그렇게 이기적인 동기에 의식적으로 이끌려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보다는 그런 경계심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친일파의 속임수이고, 이는 영웅적으로 물리쳐야 한다는 심리적 확신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게 어느 정도 진실이라면, 여기엔 어떤 패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시민 단체의 자금 조달 문제보다 훨씬 깊은 다른 측면의 스토리가 있다. 2015년 윤 의원은 몇몇 위안부 할머니에게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거절하라고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동지를 얻었고, 특히 곧 대통령이 될 사람을 얻었다. 모두 알다시피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이 서명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함으로써 어떤 추가적 해결 가능성도 제거해버렸다. 제3자 눈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한 주한 외국 대사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아주 손쉬운 해결책을 건네받았다. 그는 합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전임자들을 비판한 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전 정권이 체결한 조약과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될 뿐이었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정치 철학을 뒷받침하는 본능 깊은 곳에 있다고 본다. 한 나라의 정치적 사고를 다른 나라와 구별하는 법을 알려면 그들이 무엇을 신성하게 여기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는 그들의 경전을 신성시한다. 미국인들은 헌법을 신성하게 여긴다. 우리나라엔 어떤 특정한 것을 신성하게 여기는 여러 그룹이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그것이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국가와는 다른 개념이다. 국민과 영토를 가진 한국이라는 국가가 신체라면 민족은 영혼에 해당한다. 한국인들이 같은 국민에 대해 얼마나 큰 애국적 사랑을 갖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전쟁이 났을 때 해외에 있는 한국 젊은이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고국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자신이 외국에 있을 때 전쟁이 터져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은 대부분 민족에 대해서는 엄청난 경외심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에겐 민족이 신성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두 민족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대한민국이다. 뿌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자체로는 젊다. 1948년 시작됐고 2차 대전 이후 일본 통치에서 해방됐으며 미국의 조력으로 탄생했다. 한국의 현대사는 인간적이고, 결함도 있다. 40여 년간 권위주의와 불공정과 고난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민주주의 국가가 됐고, 이제는 다른 자유시장경제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있다. 희망컨대 북한도 언젠간 이 나라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민족국가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지만 3·1운동 때 태어났다. 이 민족국가는 아직 국가라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북한 어느 누구도 이 민족국가를 대표하지 못한다. 남북은 이를 사칭할 뿐이고 일시적이며 불완전하다. 훗날 통일 한국이 탄생하면 비로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민족국가 관점에서 보면, 남북은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와 같다. 일본은 사악한 뱀이다. 뱀은 인간보다 못한 존재이며, 아담과 이브가 에덴으로 돌아올 때까지 용서받거나 동등하게 대접받지 못한다. 즉, 한국이 통일될 때까지 일본은 계속 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과 마찰을 일으키는 일은 남북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정치적 좌우는 둘 중 어떤 민족국가에 경외심을 갖느냐로 갈린다. 중앙집권 대 자유시장, 친기업 대 친노동이냐가 아니다.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그토록 자주 묵살당하는 것도 이렇게 설명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8/20200608035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