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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균 칼럼] 위안부 운동 살리는 건 '비호'가 아니라 '손절'이다

최만섭 2020. 5. 21. 05:34

[김창균 칼럼] 위안부 운동 살리는 건 '비호'가 아니라 '손절'이다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20.05.21 03:20

윤미향의 황당한 자기관리, 그걸 부끄러워 않는 당당함
그래도 감싸고 지키는 與… 정대협과 한 몸 착각 때문
30년 역사 더 다치기 전에 부실 털어내는 결단 내려야

김창균 논설주간

 

'윤미향 의혹'도 조국 사태만큼이나 우리를 질리게 한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부터 닮았다. 의혹 리스트는 열 손가락을 두 번쯤 꼽아야 할 정도고 종류도 여러 갈래다.

우선 큰 돈뭉치들이 사라졌다. 윤씨가 이사장을 맡았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2016년부터 4년간 13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는데 국세청 공시에는 5억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절반이 넘는 8억원이 증발된 것이다. 윤씨가 상임대표였던 정대협도 최근 5년간 2억6000만원가량 자산을 국세청 공시에서 누락했다. 5년 동안 매년 액수가 차이가 났다.

기부금을 어이없게 쓴 경우로는 2018년 맥줏집에 3339만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해 기부금 지출 3억1000만원의 10%가 넘고, 위안부 할머니 지원에 쓴 2300만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정의연은 후원행사에 쓴 돈이라고 했다. 맥줏집 설명은 달랐다. 후원행사 비용으로 972만원을 받은 뒤 542만원을 돌려줬다고 한다. 일종의 꺾기를 하고 실제로는 430만원만 지불했다는 것이다.

안성 쉼터는 7억5000만원에 매입했고 인테리어에 1억원까지 들었는데 7년 뒤 4억2000만원에 팔았다고 한다. '부동산 불패' 대한민국에서 반 토막 손해를 보는 부동산 거래를 한 경우는 처음 봤다. 그런데도 "제값 주고 샀고, 제값 주고 판 것"이라고 우긴다. 전후 사정을 보면 턱없이 비싼 값에 산 쪽으로 보인다. 수상한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안성 쉼터에는 윤씨 아버지가 머물면서 6년 동안 7500만원 관리비를 받았다. "한 달 120만원씩 저임금"이라고 해명했는데 국민 눈에는 시골 별장을 공짜로 이용하며 짭짤한 용돈까지 챙긴 것으로 비친다.

윤씨는 8년 전 아파트를 2억원 현금을 주고 낙찰받기 위해 갖고 있던 적금을 모두 깨고 모자란 돈 4000만원을 빌렸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저금통장에는 3억2000만원이 남아 있다. 윤씨 부부가 내는 1년 소득세가 연간 100만원이라고 한다. 역산하면 연간 소득이 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8년 동안 모두 모아도 4억원이다. 윤씨 부부는 이슬만 먹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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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차원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한 윤씨의 자기 관리,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당당함, 그럼에도 그를 지키겠다는 여권의 결의는 모두 한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1992년 28세의 나이로 정대협에 몸을 담고 간사, 사무국장, 사무총장, 상임대표를 역임한 뒤, 그 후신인 정의연 이사장까지 지낸 그의 경력이다. 윤씨는 자신이 위안부 진상 규명 30년 역사를 상징한다는 자신감 때문에 "감히 누가 내 뒤를 캐랴"라고 방심했을 것이다. 실제 "할머니들을 위해 모았다는 돈이 어디 쓰였는지 모르겠다"는 문제 제기가 위안부 할머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누구도 윤씨와 관련 단체를 들춰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윤씨는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친일이 청산되지 못한 나라에서 정의·여성·평화·인권의 가시밭길로 들어선 사람이 겪어야 할 숙명으로 알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다. 여당 중진 인사는 "위안부 사죄와 배상 요구를 무력화할 목적을 가진 세력의 음모"라며 윤씨를 감싼다.

윤미향 의혹은 정대협·정의연이 30년 동안 벌여온 위안부 진상 규명 운동에 적잖은 타격이 된다. 그러니 웬만한 흠결은 덮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 '웬만한' 차원을 훨씬 넘어섰다.

은행에서 부실 대출이 발생하면 미련 없이 도려내야 한다. 불량 채권을 따로 모은 '배드 뱅크'를 손실 처리하고 깨끗한 부분만 '굿 뱅크'로 따로 모아야 새살이 돋아난다. 썩은 곳을 쉬쉬하고 끌어안고 가려다가는 전체가 무너진다.

윤미향씨가 국회의원 배지를 욕심 내다가 사달이 났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반대로 봐야 한다. 윤씨가 그대로 위안부 운동을 하면서 국고와 기부금을 엉뚱하게 관리해 나갔다면 일이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마터면 위안부 진상 규명이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이 정도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는 편이 옳 다.

정대협 30년은 우리 국민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역사로 자리 잡았다. 그 가치를 지키고 살리려면 흠을 감추고 비호할 것이 아니라 운동 자체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손절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이라는 개인을 검찰 개혁과 한 몸을 만들어 무리하게 방어하려다가 검찰 개혁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야 되겠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0/20200520047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