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소비 50% 차지하는 美·유럽 마비… 물건 팔 곳이 없다

최만섭 2020. 3. 16. 05:23

세계 소비 50% 차지하는 美·유럽 마비… 물건 팔 곳이 없다

입력 2020.03.16 03:25

[코로나 경제위기]
소비 감소→매출 감소→기업 도산→금융위기 이어질 가능성
NYT "서비스 산업 비중 높은 미국, 中보다 경제적 타격 클 것"

13일(현지 시각) 저녁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일대는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눈에 띌 뿐 한산했다. 평상시 금요일엔 관광객과 공연 관람객 인파로 걸어 다니기도 힘든 곳이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1시간씩 기다려야 했던 록펠러센터 인근 레스토랑에도 곳곳이 빈자리였다.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불안한 주민들이 몰리면서 브라이언트 파크 인근 홀푸즈 매장엔 물과 휴지, 우유, 시리얼 등 생필품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

14일(현지 시각) 미 중부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으로 운영되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차에 타고 길게 줄 서 있다.
美,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검사 시작 - 14일(현지 시각) 미 중부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으로 운영되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차에 타고 길게 줄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 검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전날 기자회견에서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비상사태 선포 이후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이 거의 마비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15일 현재 미 전역 코로나 환자는 2900명을 넘었다. 뉴욕·버지니아 등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해 전체 사망자는 59명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전문가들의 비공개 논의 결과를 입수해 "확산이 억제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선 미국인 1억6000만~2억1400만명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사망자도 17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코로나가 미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계적인 불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제조업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중국의 공장이 멈춰 서는 바람에 공급이 큰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전 세계 소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28.8%)과 EU(21.3%)의 경제 활동이 마비되며 수요마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공급 충격으로만 머물 때는 비교적 단기간에 회복이 가능하지만, 수요 충격까지 더해지면 '소비 감소→매출 감소→기업 도산→금융 위기'라는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국가별 가계지출 규모
수요 감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원유 시장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1월 64달러에서 33달러 선으로 이미 반 토막 났는데, 전 세계 원유 소비의 20%와 15%를 각각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으로 코로나가 확산할 경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산업 활동이 둔화하고 나라 간 이동이 제한돼 석유 수요가 가파르게 감소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배럴당 24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자동차도 큰 폭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유럽과 미국은 전 세계 자동차의 37%가 판매돼 중국에 이어 둘째와 셋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특히 한국 완성차 업체는 수출 물량 10대 중 6대를 유럽과 미국 시장에 판매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차를 갖다 팔 곳이 없어져 버렸다"고 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은 교육·여행·의료 등 서비스 산업 비중이 커 내수가 연쇄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공포에 빠진 사람들이 등교와 여행,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을 멈추면 서비스 산업이 급격히 붕괴해 중국보다 경제적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되면 미국(-0.2%)과 유로존(-0.1%)이 마이너스 성장하고, 전 세계 경제성장률도 -0.1%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에는 전 세계 경제가 -1.7% 후퇴했었다.

미 하원이 무료 코로나 진단 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코로나 패키지 지원 법안을 14일 초당적인 지지로 통과하는 등 미국 정치권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는 언제 수그러들지 모른다. 버지니아, 메릴랜드, 펜실베이니아 등 17개 주(州)는 15일부터 일제 휴교에 들어간다. 학생 2600만명이 집에 묶인다. 미국 정부는 16일부터 영국·아일랜드에서 오는 모든 여행을 막기로 했다. 앞서 유럽 26국에 취했던 여행 제한을 확대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미군의 국내(國內) 이동을 제한하는 지침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미국인 전체의 국내 여행 제한도 고려 중이다. 오리건주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AP통신에 "오늘 상황은 어제와 완전히 다르고, 또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6/20200316000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