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법회의 소중함 절실히 느껴요

최만섭 2020. 3. 2. 05:46

함께 모여 드리는 예배·법회의 소중함 절실히 느껴요

입력 2020.03.02 03:00

[우한 코로나 사태… 종교계는 지금]
미사 등 종교예식 온라인 전환
연간 150만명 찾던 해인사 폐쇄… 외출했던 스님들도 못 들어와

순복음 10억, 소망교회 3억원, 성남 11개 교회도 대구에 3억 지원

미사가 중단되면서 방송과 유튜브를 통한 매일 미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위). 아래는 온라인 예배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은 정동제일교회.
미사가 중단되면서 방송과 유튜브를 통한 매일 미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위). 아래는 온라인 예배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은 정동제일교회. /가톨릭평화방송·김한수 기자
"몇 천 명씩 함께 예배 보는 것을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을 회개합니다."

지난 23일 온라인 주일예배에서 서울 서초구 새로운교회 한홍 담임목사가 한 말이다. 독립 건물 없이 교총 건물을 일요일에 빌려 예배를 드려온 이 교회는 교총 회장이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23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긴급 전환했다. 그 후 1주일. 한국 종교계에 초유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마지막까지 고심한 개신교·천주교

불교계(23일), 천주교계(26일)가 전체 법회와 미사를 중단한 이후로도 개신교 대형 교회들은 예배 전환을 고심했다. 모세 십계명에도 나오는 '주일을 지키는 일'(주일성수)의 핵심이 예배 참석이기 때문. 개신교계에선 "6·25전쟁 중에도 예배를 중단하지 않았다" "한번 예배를 중단하면 재개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정서다. 그래서 개신교계에선 '예배 중단'이란 표현 대신 '온라인 전환' 등의 표현을 선호한다. 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라인 예배에서 이영훈 담임목사가 여러 차례 "어느 곳에 계시든 함께 기도하자"고 말한 것도 예배 중단이 아니라 형태 변화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천주교도 마찬가지. 천주교 사제와 신자들에게 주일 미사 참석은 '의무'다. 주일 미사에 빠진 경우, 다음 고해성사에서 사제에게 고해야 하는 '죄'의 하나가 된다. 특히 지난 26일은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었다. 가능하면 '재의 수요일' 예식이라도 치르고자 고민했지만 결국 25일 오후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대부분 교구가 미사 중단을 결정했다.

◇적막강산 해인사

지난주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이 보내온 사진 속 대적광전 앞마당은 인적이 완전히 끊긴 모습이었다. 연간 방문객 150만명에 이르는 해인사는 불교 사찰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1일 밤 산문을 폐쇄했다. 현재 스님 120여명과 인근 상가 주민 등 1100명이 해인사 초입 홍류문을 경계로 스스로 격리 중이다. 잠시 외출했던 스님들조차 해인사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응 스님은 "출가 이후 해인사가 이렇게 조용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스님들끼리 마스크 착용하고 예불 드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 풍경.
지난주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 풍경. 연간 150만명이 찾아 항상 신도와 관광객으로 넘치던 해인사가 지난 21일 산문 폐쇄 이후로는 사람의 흔적이 사라졌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사실상 공사(空寺)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해인사
◇"함께 드리는 종교예식 소중함 절감"

일선 성당과 교회에선 미사와 예배에 대한 갈급함을 호소하는 신자가 늘고 있다. 충남 광천성당 주임 한광석 신부는 "평생 매일 미사를 드려온 신자분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함께 모여서 미사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만나교회 김병삼 담임목사 역시 "신자들의 안전과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예배를 온라인 전환했지만 마음이 괴롭다"며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다시 모여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정말 감격적일 것"이라고 했다. 현응 스님도 "산문이 다시 열리고 신도들과 함께 법회 드릴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신앙활동이 막히자 온라인 미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매일 미사를 중계하는 가톨릭평화방송 유튜브는 지난 26일 '재의 수요일' 조회 수가 5만6000건에
이르렀다.

◇대구·경북 돕기 손길도 잇따라

대구·경북을 돕기 위한 종교계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소망교회는 1일 온라인 예배로 모인 헌금 3억2800여 만원을 대구·경북 지역에 기부하기로 했다. 또 성남 지역 중·대형 교회 11곳도 3억원을 대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성남 지역 모금에 참여한 교회는 금광·대원·만나·분당우리·불꽃·샘물·선한목자·여의도순복음분당·우리들·지구촌·할렐루야교회(가나다순)이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도 지난 26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방역·구호물품 구입에 써달라며 각각 1억원씩 전달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2/20200302000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