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800여 명' 대 '16명'의 차이

최만섭 2020. 2. 25. 05:46


[기자의 시각] '800여 명' 대 '16명'의 차이

입력 2020.02.25 03:14

이미지 호찌민 특파원
이미지 호찌민 특파원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라도 베트남에 머무는 건 어때? 한국은 너무 위험하잖아." 귀국을 앞두고 베트남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조언을 듣다 보니 마음이 씁쓸해졌다. 코로나 19 발병 초기 한국 정부가 '여행 자제 국가'로 분류했던 베트남이 이젠 한국을 '위험 국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하노이시(市)에서 열린 외교부 브리핑에서 베트남 기자들은 "한국·일본에 있는 베트남 국민을 대피시킬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국이 베트남 국민의 건강과 목숨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대피시켜야 할 국가로 떠오른 탓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국에서 8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동안 베트남에선 확진자가 16명에 그쳤다. 지난 13일 이후에는 확진자가 늘지 않고 있다. 확진자 16명 중 15명은 이미 완치 판정을 받았다. 우리가 중국 눈치를 보며 주춤하는 사이 베트남은 빠르게 중국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단호한 대응을 펼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트남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중단을 포함해 전염병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 19 발병 초기인 지난 1월 31일 총리 지시 사항을 통해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에 대한 운항 허가를 중단하고, 국경 지역도 걸어 잠갔다. 지난 2주간 중국 방문 이력이 있는 외국인은 입국도 금지했다. 내부 단속도 철저히 했다. 확진자가 발생하자 총리령을 내려 중국 방문자에 대한 14일 자가 격리를 의무화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마스크로 폭리를 취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하고, 관련 면허를 취소하는 강력한 조치도 시행했다.

정부의 엄중한 상황 인식은 민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사지숍 등은 예약 때 국적을 체크하고, 아파트와 쇼핑몰 입구에서는 발열 체크가 이뤄지고 있다. 외부인 출입 금지로 배달 음식은 로비에서만 받을 수 있다. 대형 오피스 건물은 엘리베이터마다 손 소독제를 달았다. 차량 호출 업체 그랩은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공지를 자동 전송했다. WHO는 베트남의 코로나 19 대응이 '국제사회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그사이 한국은 위험 국가로 전락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3일 대구에서 온 25세 베트남 청년이 발열 증세를 보이자 다낭 공항에서 격리했다. 하노이·호찌민시는 한국을 전염병 발병 지역(epidemic area)으로 정의하고, 한국 방문자들을 14일간 격리·감독할 것을 건의했다. 베트남항공은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안심해도 될 것 같다"던 우리 정부는 24일에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추가 입국 제한 조치는 없다고 밝혔다. 800여 명 대 16명. 국민 건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이 차이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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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4/202002240386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