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04 03:06
시장 규모 중국의 100분의 1… 옥션·화랑 투 트랙 과세 전략 필요
미술품 거래 끊기면 젊은 작가와 전업작가 제일 큰 타격 받아
열악한 화랑에는 감세, 재산·상속세 미술품 物納 검토해 볼 만
얼마 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암 투병 중인 이어령 선생이 상을 받게 돼 짧은 강연을 했다. 이 언술(言述)의 귀재는 현란한 레토릭 대신 비언어적 서사로 시종했다. 부국의 역량은 창조에 있다,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대에 떠올랐던 미켈란젤로와 다빈치를 보라…. 가쁜 숨 몰아쉬던 그는 '바보야 문제는 문화야 그리고 창조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시인 김남조는 '산소'라는 표현을 썼다. 수상자 이어령을 향한 추임새였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문화와 예술은 혼탁한 시대의 한 줄기 산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없으면 죽는다는 얘기였다.
문화와 예술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학문과 예술은 들꽃처럼 만개하도록 지원하되 규제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약간의 세제 혜택을 주면 저희끼리 신명 나게 뻗어나간다. 내가 몸담은 미술 동네의 경우로만 좁혀서 생각해본다. 작년에 다시 미술품 과세 문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시'라 함은 수년 전 저 유명한 수백억원짜리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사건 즈음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번엔 옥션을 들락거리는 상습 투기꾼 몇을 겨냥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입 미술품들의 경우 입이 딱 벌어질 만큼의 호가로 신문 지면을 달군다. 숫자로만 보면 이 분야 문외한들이라도 심기가 불편해진다. 세무 당국이야 오죽할까.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나는 시장의 규모가 중국의 100분의 1인 우리 미술계의 판이 좀 더 커지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미술품 과세는 더 다층적 시각에서 정교히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미술계 구성원들의 층위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한 유망한 젊은 작가 부부가 차디찬 화실에서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대기업이 위축되면 하도급업자들이 줄도산하듯, 미술품 거래가 끊기면 타격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 젊은 작가와 전업작가들에게 미친다. 미술품을 일반 부동산처럼 옥션을 드나들며 사고 팔고만을 되풀이하는 인간들은 역겹다. 그러나 빈대 몇을 잡으려고 초가를 다 태워선 안 된다. 초가 안에는 눈이 까맣고 올망졸망한 식솔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술품 양도소득을 사업소득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달아올랐을 때 가장 타격을 입은 건 군소 화랑들과 청년, 전업작가들이었다.
문화와 예술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학문과 예술은 들꽃처럼 만개하도록 지원하되 규제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약간의 세제 혜택을 주면 저희끼리 신명 나게 뻗어나간다. 내가 몸담은 미술 동네의 경우로만 좁혀서 생각해본다. 작년에 다시 미술품 과세 문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시'라 함은 수년 전 저 유명한 수백억원짜리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사건 즈음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번엔 옥션을 들락거리는 상습 투기꾼 몇을 겨냥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입 미술품들의 경우 입이 딱 벌어질 만큼의 호가로 신문 지면을 달군다. 숫자로만 보면 이 분야 문외한들이라도 심기가 불편해진다. 세무 당국이야 오죽할까.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나는 시장의 규모가 중국의 100분의 1인 우리 미술계의 판이 좀 더 커지고 국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미술품 과세는 더 다층적 시각에서 정교히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미술계 구성원들의 층위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한 유망한 젊은 작가 부부가 차디찬 화실에서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대기업이 위축되면 하도급업자들이 줄도산하듯, 미술품 거래가 끊기면 타격은 매년 쏟아져 나오는 젊은 작가와 전업작가들에게 미친다. 미술품을 일반 부동산처럼 옥션을 드나들며 사고 팔고만을 되풀이하는 인간들은 역겹다. 그러나 빈대 몇을 잡으려고 초가를 다 태워선 안 된다. 초가 안에는 눈이 까맣고 올망졸망한 식솔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술품 양도소득을 사업소득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달아올랐을 때 가장 타격을 입은 건 군소 화랑들과 청년, 전업작가들이었다.
옥션과 화랑의 논리는 사뭇 다르다. 옥션이란 예술 가치를 금융 가치로만 재단하는 구조다. 그러나 가격이 상승하면 작품성도 훌륭한가는 별개 논리다. 지난해 홍콩 옥션에서 김환기 작품이 100억원을 넘겼다고 해서 화제였지만 그날 동시대 중국 작가 자오우지(趙無極)의 작품은 그 몇 배에 거래됐다. 옥션은 이처럼 국력이나 다른 유동성이 상시 변수로 작용한다. 화랑은 다르다. 돈 없는 사람도 한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현재성에 대한 전모를 감상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따라서 옥션과 화랑이 투 트랙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우리보다 옥션의 역사가 200년이나 앞선 프랑스의 경우, 파리에만 생제르맹 데 프레를 비롯한 금싸라기 땅에 수백 개 화랑이 산재하고 다양한 세대와 경향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우리 정부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화 강국의 터를 닦아주길 바란다. 열악한 화랑들의 감세 혜택과 함께, 예술복지기금을 확증해 전업·청년작가들을 위한 미술품 담보대출 같은 것을 시행해주면 좋겠다. 재산세·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물납받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그러면 기업과 개인의 어두운 창고 속에 갇혀 있던 미술품들이 우후죽순 햇빛 아래 광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전국의 크고 작은 미술관에 문화의 피가 돌게 하는 이른바 '모세혈관 문화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프랑스의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칠 때 얘기다. 샤를 드골 대통령이 각료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모두 암담한 경제지표를 걱정하는데 대통령이 중얼거렸다. "프랑스에 시인은 몇 명이나 될까?" 각료 하나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쌔고 쌨겠죠. 경제가 어려워 더 늘어났을지도 몰라요." 드골이 말했다. "그러면 됐지." 이 무(武)인 출신 대통령은 문(文)의 길고 오래가는 힘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화 강국의 터를 닦아주길 바란다. 열악한 화랑들의 감세 혜택과 함께, 예술복지기금을 확증해 전업·청년작가들을 위한 미술품 담보대출 같은 것을 시행해주면 좋겠다. 재산세·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물납받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그러면 기업과 개인의 어두운 창고 속에 갇혀 있던 미술품들이 우후죽순 햇빛 아래 광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전국의 크고 작은 미술관에 문화의 피가 돌게 하는 이른바 '모세혈관 문화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프랑스의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