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경찰청, 전직원에 "검찰 조국수사 비판 與보고서 읽어라"

최만섭 2019. 10. 25. 05:16

찰청, 전직원에 "검찰 조국수사 비판 與보고서 읽어라"

조선일보

민갑룡 청장이 회의서 언급하자, 수사개혁단이 본청 직원에 배포
'사냥처럼 시작된 검찰 조국수사, 법원도 영장 남발' 등 주장 담겨
절판된 책을 '청장 지정도서'로 공지도… 부서마다 책 구하려 난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사냥처럼 시작된 검찰 조국 수사, 사법 농단 수사 당시와 다른 법원의 이중성.'

경찰이 이렇게 시작하는 여당(與黨) 보고서를 본청(本廳) 소속 경찰관 전원에게 읽도록 지시한 사실이 24일 확인됐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검찰 개혁과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 2건을 경찰청 내 모든 부서에 배포했다. 보고서와 함께 내려온 공지에는 '전 직원에 전파해주시고, 모든 국장·과장·계장급 이상은 필독해달라'는 추신이 달렸다. 이에 각 부서는 해당 보고서들을 소속 직원 1000여명에게 배포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달 중순 경찰청 고위 간부 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이 보고서들을 언급했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고서가 회람용으로 배포된 것이다.

배포된 보고서 2건은 각각 A4 용지 17장, 8장 분량이다. 첫 번째 보고서의 제목은 '검찰-법원 개혁 함께 추진할 제2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논의 제안'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一家)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을 포함한 한국 사법 체제의 근원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주장이 핵심 내용이다. '검찰이 조국 법무장관 가족 수사를 무리하게 한 데 대해선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주장이다. "이번(조국) 수사는 사냥처럼 시작된 것"이라는 지난달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발언이 근거로 제시됐다
.

보고서는 법원도 겨냥했다. 조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남발했고, 법원 역시 영장 허가를 남발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보고서는 '조국 장관 관련해선 37일 동안 70곳 이상의 장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며 '조국 장관 수사 과정에서는 거의 모든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검찰의 먼지떨이식 수사를 뒷받침해준 셈'이라고 했다.

두 번째 보고서는 '법률 개정 없이 가능한 검찰 개혁 방안 즉각 시행해야'라는 제목이다. 검찰 조직·인력 축소, 특수부 폐지 등은 법률 개정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곧장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국회 대치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을 위한 법률 개정이 불확실하다는 전제가 깔렸다. 법률 개정 없는 검찰 개혁은 '촛불 민심'에 따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보고서와 공지를 내려 보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의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설득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다. 민 청장 역시 수사구조개혁단 출신이다. 최근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참석하고 사진까지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을 빚은 경찰관도 이 조직 소속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구조개혁단은 민 청장의 사상을 구현하는 조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수사구조개혁단은 보고서들과 함께 '청장님 지정 필독 도서'도 경찰청 각 부서에 공지했다. 한국 검찰과 법원의 형성 과정을 분석하고 사법 개혁 방안에 대해 다룬 '법원과 검찰의 탄생'(문준영 저)이란 책이다. '각 부서가 개별 구입해서 국장님들께 전달해달라'는 추신이 붙었다. 이 책의 서평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서울대 인턴 예정 증명서 발급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썼다. '한국의 검찰과 사법의 형성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함으로써 문제의 기원이 저절로 드러난다.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사법 개혁의 방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해놨다.

이 책은 2010년 초판이 발행됐고, 최근 절판(絶版)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각 부서 서무들은 책을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책이 없어서 대부분 부서가 나처럼 못 구한 상태"라고 했다. 한 경찰청 고위 간부는 "업무도 바쁘고, 책을 구해줘도 읽을 마음은 별로 없다"고 했다.


경찰청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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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5/201910250009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