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김천 본사 불법점거… 확성기 시위에 시민들 고통 호소]
사내유치원 향하는 아이들에게 "정규직 집안이라 좋겠다" 비아냥
어린이 안전위해 '간이계단' 만들어…
본사 사옥 수영장에서 하던 3개 초등학교 수영수업도 중단
맘카페에도 정부 비판글 쏟아져
본사 직고용과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민노총 시위가 14일로 36일째를 맞았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김천 시민들은 "민노총의 생존권이 아니라 시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노총 조합원 200여 명의 불법 점거로 사옥의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자 초등학생들은 생존수영 교육을 못 받고 수영강사들의 급여는 반 토막이 났다. 김양처럼 생존수영 수업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김천 운곡초·율곡초·농소초 등 3개교 632명에 이른다. 도로공사 사내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이들은 건물 입구를 막고 집회를 하는 민노총 조합원의 욕설을 피해 바윗길을 넘어 유치원에 등원하고 있다.
도로공사 본사에서 남쪽으로 200여m 떨어진 김천혁신도시영무예다음아파트(642가구) 주민들은 민노총 시위의 피해를 한 달 넘게 겪고 있다. 주민 김모(34)씨는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확성기 소리와 저녁에도 계속되는 고성방가에 3세 딸이 경기를 일으켰다"면서 "민노총이 입고 있는 파란색 조끼에 학을 뗀 아이가 환경미화원 조끼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조끼만 봐도 무섭다고 제 뒤로 숨는다"고 말했다.
본사 사옥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자 건물 수영장에 등록했던 지역 주민 1290명 전원이 환불을 요구하며 회원을 탈퇴했다. 그러자 수영강사들이 타격을 입었다. 도로공사 시설관리공단 소속 수영강사인 조모(32)씨는 "불법 점거 전에는 수영 교습을 포함해 200만원을 받았지만 점거 이후 수영 강습을 못 하면서 100만원대를 겨우 받고 있다"고 했다. 수영 교육을 못 하게 된 강사들은 건물 미화 작업을 맡았다. 수영장 벽과 바닥, 사옥 내부 계단과 복도, 지하 주차장 청소를 한다. 강사 중 일부는 저임금을 견디지 못해 편의점이나 주유소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
본사 부지에 들어선 사내 유치원 학생들은 등·하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노총은 매일 오전 8시부터 확성기로 노동가나 장송곡을 틀고 도로공사 정문으로 이어지는 인도에 도열한다. "누가 이기나 보자" "죽을 때까지 싸운다" "우리가 옳다"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출근하는 직원들과 자녀에게 야유를 퍼붓는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함께 출근하던 일부 직원은 조롱을 견디다 못해 먼 길을 돌아서 아이를 데려다 준다. 도로공사 관계자 A씨는 "아침에 출근하는데 아이 보고 '너는 정규직 집안이라 좋겠다. 기분 좋냐"고 비아냥대는 조합원도 있었다"면서 "아이에게 못난 꼴을 보여주기 싫어 유치원을 우회해서 가고 있다"고 했다.
일부 직원은 아이들을 정문에서 30여m 떨어진 돌담길을 통해 등원시킨다. 작은 몸으로 넘기 어려운 큰 바윗돌을 건너도록 도와주면 힘겹게 유치원에 간다. 유치원 원장 신모씨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불법 시위대로부터 아이들의 안전한 길을 되찾아 주십시오"라고 했다. 대책 마련에 나선 도로공사 측은 지난 6일 300만원을 들여 이 돌담 구간에 '일반인(시위자)들의 출입을 절대 금지한다'는 팻말을 붙이고 간이 계단을 만들었다.
민노총의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민심도 돌아서고 있다. 도로공사가 위치한 김천 율곡동 혁신도시는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투표자 9461명 중 과반인 4754명(50.2%)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하지만 최근 혁신도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