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9.19 03:12
文, "경제 올바른 방향 간다"지만 1%대 성장 우려, 일자리 나빠져
정부 못 믿고 경제 심리 악화 땐 소비도 줄어 일본식 장기 불황
![김영진 경제부장](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9/18/2019091803410_0.jpg)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부터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며 전국 투어를 하고 있다. 전북 새만금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전국을 누비며 경제 활성화를 다짐하고 있다. "제조업에 혁신이 일어나야 대한민국이 산다" "혁신하는 기업을 도울 것이다" 등등 지역민들의 꿈을 한껏 부풀게 하는 구호와 약속이 넘쳐났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석 메시지에서 "활력 있는 경제가 서로를 넉넉하게 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추석 연휴 다음 날엔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대 성장률을 걱정할 정도로 경기는 극도로 나빠졌고,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한다.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하고 제조업 일자리는 역대 최장 기간(17개월) 줄고 있다. 경제 역주행을 멈추라는 경고에 "최저임금 인상은 90%가 긍정적"(문 대통령), "조만간 경기가 나아질 것"(장하성 전 정책실장)이라며 외곬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더욱이 밖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유럽과 일본, 미국이 다시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올릴 태세다. 환율 전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어느 한 군데가 막대한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 국가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 경제 대책을 세워도 시원찮을 판국인데 우린 너무 한가하다.
시장에선 IMF 외환 위기가 터지기 직전, 전국 강연에 나섰던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강 부총리는 당시 기아 사태 등 현안이 산적한데도 자신이 주도한 '21세기 국가 과제'를 알리기 위해 전국에서 특별 강연과 경제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는 태국발 통화 위기가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이 건전하다. 금융시장 불안은 심리적 요인에 불과하다"며 지방을 돌아다녔다. 그가 지방 강연을 시작한 지 43일 뒤인 그해 11월 21일, 우리나라는 IMF 구제 금융 신청을 결정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가 부채 비율이 40% 미만이니 나라 살림은 아직 괜찮은 편이고, 외환 보유액도 4000억달러 넘게 쌓았다. 문제는 기업이나 개인 모두 경제 심리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를 '자기실현적 기대'라고 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비관적인 인식이 확 퍼지면 경제가 망가질 수 있고, 낙관적인 판단이 많아지면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기업들의 체감 경기와 가계의 생활 형편 전망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이제는 지갑마저 닫기 시작했다. 정부를 믿을 수 없으니, 경기가 나빠질 때를 대비해 스스로 소비를 줄이겠다는 심리가 커지는 것이다. 돈을 안 쓰니 물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난달엔 소비자 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소비까지 위축돼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는 일본식 장기 불황(디플레) 징조가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 없는 소득 주도 성장을 실험하다가 지난해엔 유례없는 고용 참사를 겪었고, 올해는 장기 불황 초입에 서게 됐다.
하 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디플레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경제 비관론을 불필요한 심리라고 강변하지만, 지금 확산하는 비관론은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것이다. 위기 국면 선언과 빠른 정책 수정으로 경제 심리를 얼른 돌려놔야 한다. "경제 심리는 바닥을 뚫고 이미 지하실에 와 있다"는 한 경제 전문가의 말이 다가올 쓰나미를 예고하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1%대 성장률을 걱정할 정도로 경기는 극도로 나빠졌고,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한다.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하고 제조업 일자리는 역대 최장 기간(17개월) 줄고 있다. 경제 역주행을 멈추라는 경고에 "최저임금 인상은 90%가 긍정적"(문 대통령), "조만간 경기가 나아질 것"(장하성 전 정책실장)이라며 외곬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더욱이 밖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유럽과 일본, 미국이 다시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올릴 태세다. 환율 전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어느 한 군데가 막대한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라,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 국가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 경제 대책을 세워도 시원찮을 판국인데 우린 너무 한가하다.
시장에선 IMF 외환 위기가 터지기 직전, 전국 강연에 나섰던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강 부총리는 당시 기아 사태 등 현안이 산적한데도 자신이 주도한 '21세기 국가 과제'를 알리기 위해 전국에서 특별 강연과 경제 토론회를 진행했다. 그는 태국발 통화 위기가 한국에 상륙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기초)이 건전하다. 금융시장 불안은 심리적 요인에 불과하다"며 지방을 돌아다녔다. 그가 지방 강연을 시작한 지 43일 뒤인 그해 11월 21일, 우리나라는 IMF 구제 금융 신청을 결정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가 부채 비율이 40% 미만이니 나라 살림은 아직 괜찮은 편이고, 외환 보유액도 4000억달러 넘게 쌓았다. 문제는 기업이나 개인 모두 경제 심리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를 '자기실현적 기대'라고 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비관적인 인식이 확 퍼지면 경제가 망가질 수 있고, 낙관적인 판단이 많아지면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기업들의 체감 경기와 가계의 생활 형편 전망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이제는 지갑마저 닫기 시작했다. 정부를 믿을 수 없으니, 경기가 나빠질 때를 대비해 스스로 소비를 줄이겠다는 심리가 커지는 것이다. 돈을 안 쓰니 물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지난달엔 소비자 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소비까지 위축돼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는 일본식 장기 불황(디플레) 징조가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 없는 소득 주도 성장을 실험하다가 지난해엔 유례없는 고용 참사를 겪었고, 올해는 장기 불황 초입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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